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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북아프리카 해안 스페인 자치도시 세우타로 헤엄쳐 들어왔던 밀입국자 약 6만명 가운데 대부분이 전날 모로코로 되돌아갔다. 방탄복과 헬멧을 착용한 스페인 군인들이 유창한 아랍어로 이들을 국경 쪽으로 몰아세웠다. 스페인 내무부 집계에 따르면 도항 과정에서 최소 6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모로코로 돌아가지 않고 버틴 소수에게 세우타는 이미 문을 닫은 도시였다. 방전된 휴대전화를 충전해 달라는 부탁은 번번이 거절당했고, 문을 연 식료품 가게들은 바다를 건너온 듯한 사람은 아예 받지 않았다. 그나마 해변의 야외 공용 샤워장이 위안이었다. FT는 청년들이 줄을 서서 목숨 걸고 얻으려던 부유한 세계의 안락함을 잠시 맛봤을 뿐이라고 짚었다.
주민들의 반응은 배척을 넘어 적대에 가까웠다. 일부는 무리를 지어 밀입국자들을 내쫓았고, 굶주린 이들은 무장한 주민들에게 쫓기기도 했다. 마리나라는 젊은 여성은 군인에게 달려와 청년 셋을 가리키며 “저쪽에 더 있다”고 알렸다. 밤사이 밀입국자에 의한 흉기 상해 사건이 두 건 발생하자 내무부는 “사망자는 없다”며 주민들을 안심시켜야 했다.
딸과 함께 거리를 지켜보던 헤마는 “그들이 도시를 점령했다. 침략이었다. 법도 질서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친구 이사벨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와 사이가 나쁘고, 모하메드 6세 모로코 국왕과는 가깝다는 점을 들어 트럼프 대통령 개입설까지 꺼냈다. 그는 “모하메드 6세는 세계 최고의 정보기관을 갖고 있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같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밀입국자들이 바다에 뛰어든 것은 국경이 열렸다는 말이 소셜미디어에 퍼지면서다. 일부는 바다로 들어온 사람은 돌려보낼 수 없다는 지난달 스페인 대법원 판결에 기대를 걸었지만, 스페인 정부는 출처가 불분명한 온라인 캠페인에 이들이 조종당한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번 밀입국 시도는 2021년 최소 8000명이 넘어왔던 유사 사태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아란차 캄포스 세우타경영자연합회 회장은 “이미 벌어졌던 일이 어떻게 또 일어나는지 이해하지 못해 충격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세우타는 인구의 약 40%가 아랍계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은 이들이 있었다. 모로코 탕헤르의 대형마트에서 과일을 진열하는 누르딘 부케르춘(26)은 다리에 붕대를 감은 채 이틀째 거리에서 잤다. 그는 고국의 삶이 나쁘다며 “끝까지 여기 스페인 세우타에 남을 것이다. 모로코는 이제 그만”이라고 말했다.
국경으로 돌아가는 길에서 네 명이 군인의 눈을 피해 빠져나가는 일도 있었다. 이들은 해변으로 내려가 밀짚 파라솔 그늘에 드러누운 채 “얄라(가라)”라는 고함을 못 들은 척했다. 헤엄쳐 돌아 나왔던 타라할 방파제까지는 걸어서 45분, 앞서 간 이들이 버린 쓰레기로 뒤덮인 해변을 지나야 하는 길이었다.
모로코 배후설…“우리는 이용당했다”
모로코가 이웃 유럽 국가를 압박하려 사태를 조종했다는 의심도 나왔다. 세우타는 모로코가 영유권을 주장하는 지역이다. 밀입국자들은 국경에 다가서자 모로코 국경수비대가 오히려 자신들을 통과시켰다고 증언했다.
리카르도 파비아니 국제위기그룹(ICG) 북아프리카 국장은 “메시지를 보내려는 모로코 당국의 모종의 역할”을 시사하는 정황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동기를 단정하긴 어렵지만 미국의 환심을 사려는 시도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최근 몇 주 사이 미국과 이스라엘 강경파들이 이란 전쟁에 반대해 온 산체스 총리를 응징하라며 모로코의 행동을 촉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과 이스라엘 정치인들은 이번 사태가 터지자마자 산체스 총리의 친이민 정책을 공격하고 나섰다.
그러나 스페인 정부는 인신매매 조직을 강하게 비난하면서도 모로코 당국 비판은 피하고 있다. 페르난도 그란데마를라스카 내무장관은 모로코가 세우타 안보에 위협이 되느냐는 FT 질문에 “모로코는 세우타에도, 스페인의 나머지 지역에도 위협이 아니다.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답했다.
양국 관계 속에서 밀려난 것은 결국 밀입국자들이었다. 국경 건너 모로코 해변도시 프니데크에는 쫓겨난 청년들이 거리를 메웠다. 모로코 경찰은 검문소를 세웠고 일부는 버스에 실려 도시 밖으로 보내졌다. 실종된 아들과 형제의 사진을 든 여성들은 담벼락에 앉아 애를 태웠다.
축구 선수의 꿈을 안고 5년째 유럽행을 시도해 온 아흐메드(28)는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었지만 세우타를 겪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고 했다. 그는 “그들은 정치적 문제가 있고 사이가 좋지 않아 국경을 열어 우리를 건너오게 했다. 우리는 이용당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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