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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6주'인가… 의학적 근거와 전략적 판단
최근 서울 신촌 연세암병원에서 이데일리와 만난 임선민 종양내과 교수는 카멜레온 프로젝트의 설계 철학을 이같이 설명했다. 임 교수가 연구 책임자(PI)를 맡은 이 프로젝트는 국산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활용해 치료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안을 찾는 연구자 주도 임상(IIT)이다.
현재 국내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돌연변이 폐암 1차 치료에는 렉라자와 타그리소가 보험 급여권 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임 교수는 현재의 성적표에 안주하지 않았다.
그는 "평균적으로 약 20개월이면 내성이 오고 예후가 짧아지며 계속 안 좋아진다”며 “이걸 어떻게든 개선해보고자 하는 고민이 연구의 시초였다"고 밝혔다.
임 교수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적응형 임상 모델을 설계했다. 모든 환자가 처음부터 독한 항암제를 섞어 쓰는 것이 아니라 렉라자 투약 6주 시점에서 혈액 내 순환 종양 DNA(ctDNA)를 확인해 이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방식이다.
그는 관찰 기간인 '6주'의 의미에 대해 "6주가 교과서에 나오는 시점은 아니지만 보통 이런 표적 치료제를 쓰면 반응이 매우 빠르다"며 "1~2주 내로 환자들이 확실히 좋아지고 증상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온다. 6주 정도면 이 약이 효과가 있는지 없는지가 거의 판가름이 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연구 설계에 따르면 6주간 렉라자 단독 요법을 시행한 후 피 검사로 ctDNA 유무를 테스팅한다. 이때 ctDNA가 계속 검출되는 '양성' 환자는 렉라자 단독군과 렉라자와 항암화학요법 병용군으로 1대 1 무작위 배정된다.
반면 ctDNA가 검출되지 않는 음성 환자는 렉라자 단독 요법을 그대로 유지한다. 임 교수는 "ctDNA가 계속 나오는 분들은 효과가 떨어지는 편일 것"이라며 "음성으로 나오면 렉라자 하나로도잘 듣는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모든 환자가 병용 요법의 부작용 겪어야 하나”
임 교수가 이토록 정교하게 환자를 분류하는 이유는 환자의 삶의 질과 경제적 부담 때문이다. 현재 의료 현장에는 다양한 병용 요법이 승인돼 사용 가능하지만 장벽이 존재한다.
임 교수는 "병용 요법을 계속 쓰다 보면 한 달에 많게는 4000만~5000만원까지 경제적 부담이 굉장히 크다"며 "모든 환자가 다 이렇게 치료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아직 근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부작용 문제도 심각하다. 항암 치료를 병행하면 3주에 한 번씩 주사를 맞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백혈구 수치 저하와 탈모, 식사 장애 등 환자가 겪어야 하는 고통이 훨씬 증가한다.
임 교수는 "만약 분석 결과 렉라자 단독 요법과 병용 요법의 효과가 거의 똑같다면 굳이 이런 부작용을 견디며 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다"며 "환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의 학술적 가치는 ctDNA를 단순한 예후 지표를 넘어 반응 인자로 활용한다는 점에 있다.
임 교수는 "예후는 앞으로 얼마나 잘 치료될지 얼마나 사실지를 보는 것"이라며 "반응은 어떤 약에 대한 특정 반응을 보는 것이라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ctDNA가 양성이면 예후가 안 좋다는 건 다 알고 있지만 양성일 때 항암제를 같이 썼을 때 반응이 어떨지에 대한 답은 아직 없다"며 "우리 연구가 그 답을 찾아내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자 주도 임상의 고독한 길… “환자 위한 가치 지킬 것”
카멜레온 프로젝트는 제약사가 아닌 의료진이 직접 프로토콜을 쓰고 환자를 모집하는 연구자 주도 임상(IIT)이다.
임 교수는 "제약사 주도 연구(SIT)는 회사에서 모든 것을 관리한다"며 "하지만 IIT는 연구자가 프로토콜 작성부터 환자 모집까지 직접 다 신경 써야 해 갈수록 하기 힘들다"고 소회를 밝혔다.
유한양행(000100)은 이번 연구에 약제와 일부 비용을 지원할 뿐 임상 설계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으며 이로 인해 사내에서조차 세부적인 연구 내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제약사의 상업적 성과보다 환자를 중심에 두는 IIT의 독립성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의학계는 상업적 이해관계에서 벗어난 이러한 연구의 순수성이 치료의 가치를 높이는 핵심이라고 평가한다.
카멜레온 프로젝트는 현재 목표 환자 120명 중 80명 이상의 등록을 마쳤다. 임 교수는 "올해 등록이 마감되면 내년 초반 정도에 결과를 정리해 학회에서 발표할 계획"이라며 "가장 중요한 목표인 무진행 생존기간(PFS)을 연장해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표준을 제시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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