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B사는 예상치 못한 고환율 폭탄에 그간 해외에서 직접 들여왔던 100여개 가공식품들의 유통을 일시 중단했다. 고환율로 수입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자 판매가격 인상 대신 유통 중단을 결정한 셈이다. B편의점에서 해외 유명 식품은 한동안 자취를 감출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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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패션·유통업계는 최근 내년도 사업계획 추진에 혼란을 빚고 있다. 예상치 못한 고환율 사태에 1300원대 환율을 기준으로 이미 짜놓은 사업계획을 조정해야 할지, 지켜봐야 할지 기업별로 내부 전망이 분분해 여전히 논의만 이어가고 있는 곳이 상당수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56.4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고환율 상황은 유통 분야에 직격탄이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아서다. 내년 FW 시즌 패딩 점퍼를 준비하는 패션업계만 하더라도 가격 인상을 피할 순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소비자에게 비용 부담을 완전히 전가할 수도 없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가격 인상 폭 등을 쉽게 결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뜩이나 패션업계 불황이 길어지고 있는데 가격까지 큰 폭으로 인상한다면 소비가 더욱 침체될 수 있어 원가가 싼 대체재 활용이나 이익 감소를 감수하는 등 여러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민 경제와 밀접한 식품업계도 주요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만큼 고환율에 취약하다. 특히 최근 팜유·코코아 등의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불안에 떨고 있다. 타 업계와 달리 가격 인상에 보수적인 식품업계이지만 고환율이 6개월 이상 장기화할 경우 내부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편의점·대형마트와 같은 유통업체들도 올해 지속적인 고물가 상황 속에서 가격이 저렴한 수입 먹거리를 적극 내세웠는데, 고환율로 인해 유통을 일시 중단하거나 관련 상품을 축소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나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고환율 여파가 길어진다면 향후 장기적인 소비 위축과 양극화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이동일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한국유통학회장)는 “고환율은 소비 여력은 동일한데 상품 가격만 올라가는 상황이 돼 결과적으로 소비 위축이 나타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소비 최상위층이 아닌 일반 대중의 타격이 커질 것이고 소비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