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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메모리반도체와 차세대 시스템반도체 등 고부가 제품 생산을 위해선 첨단 장비가 필요한 반면 DDI(디스플레이구동칩)이나 PMIC(전력관리반도체), CIS(CMOS 이미지센서) 등 범용제품의 경우 시중의 중고장비를 통해서만 생산이 가능하다. 현행법은 새 장비에 대해서만 구매시 세액공제 혜택을 주고 있다. 조세특례제한법상 국가전략기술을 사업화하는 시설에 대해 통합투자세액공제가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중고품 등에 의한 투자는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어서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반도체특별법 내 중고장비 세액공제 조항은 반도체 중견·중소기업의 유일한 지원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 사업을 영위하는 A사 관계자는 “8인치 파운드리 등 레거시에서 반도체 제품을 주로 생산하다 보니 중고장비를 주로 구매하거나 기존에 쓰던 장비를 고쳐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법 시행 후 세액공제 대상으론 웨이퍼를 씻고, 얇은 막을 입히는 세정·증착 장비 등 반도체 8대 공정에 쓰이는 중고장비다. 수혜가 예상되는 기업으로는 DB하이텍(000990)과 SK하이닉스(000660)의 파운드리 자회사인 SK키파운드리와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반도체업체들이 꼽힌다.
또 B사 관계자도 “그간 대기업의 경우 조특법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고 있으며 연구기관은 무상으로 장비를 제공받는다”며 “중견·중소기업만 혜택 대상에 벗어나 있었는데 이번 법 시행은 반도체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생태계를 강화하는 핀셋 지원이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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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파운드리 업체들이 구입하는 중고장비 규모는 업계 내 영업기밀인 만큼 정확한 집계는 어렵지만 1년에 3000대 상당인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효과가 작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기업들이 세액공제를 받게 되면 더 많은 장비를 살 수 있을 것이고 장비를 늘림으로써 더 많은 제품 생산도 가능해질 것”이라며 “제품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으며 또 다른 투자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을 포함해 차량, 가전 등 다방면으로 활용되는 8인치 파운드리에 대한 시장 회복도 감지되고 있어 세액공제에 힘입어 장비 투자를 늘린다면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앞서 8인치 파운드리는 코로나19 펜데믹 당시 반도체 품귀 현상으로 초호황을 누리다 정보기술(IT) 기기 수요 부진으로 불황을 겪고 있다.
C사 관계자는 “펜데믹 때 반도체 수급난을 맞자 장비 구매 확대를 고민하기도 했다”며 “사양산업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장 회복 전망이 감지되면 장비 구매를 늘릴 수 있으며 세액공제 혜택도 크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기존 구매한 장비에 대한 세액공제 소급 적용도 필요하다고도 목소리 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중고장비 세액공제를 담은 반도체특별법에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며 “세부 조항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