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체별 정산 주기가 제각각인 건 관련 법·제도의 미비 탓이 크다.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대규모유통업법)은 직매입 60일, 위수탁 40일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하지만 해당 법은 소매업종 매출액이 연간 1000억원 이상이거나 일정 규모 이상의 오프라인 매장을 가진 업체만을 대상으로 한다.
오픈마켓은 자율규제에 따라 입점 계약서에 대금 정산 주기와 절차를 명시한다. 셀러들은 오픈마켓별로 제시하는 입점 계약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티메프는 이 같은 법의 허점을 이용해 사실상 정산을 무기로 갑질을 해왔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가전제품 셀러 A씨는 “현재 7개 오픈마켓 입점해 있는데 정산주기가 전부 제각각이고 특히 티몬의 정산주기가 너무 길어 MD(상품기획자)에게 항의하기도 했다”면서도 “‘을’의 입장에서 오픈마켓에 입점하려면 따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었다”고 하소연했다.
오픈마켓 정산 시스템을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의류 판매 셀러 B씨는 “티메프뿐 아니라 쿠팡, 에이블리 등 대다수 플랫폼에서 정산을 받으려면 한 달 이상 걸린다”며 “대다수 플랫폼이 적자인 상황에서 티메프 사태가 번지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큐텐처럼 셀러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을 다른 데 쓸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라며 “오픈마켓의 정산 시스템이 워낙 불투명하다보니 불안하다”고 호소했다.
셀러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 개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플랫폼의 정산주기를 최대 30일 이내로 단축하자는 내용의 청원’이 이틀만에 동의 수 4000건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이커머스 플랫폼의 정산주기를 단축해 소상공인들의 자금 회전력을 높이고 추후 일어날 수 있는 더 큰 피해를 예방하고자 청원서를 작성했다”며 “플랫폼 정산 주기를 법으로 규정하고 이를 어기는 플랫폼에는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차남수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본부장은 “소비자는 전자상거래법, 유통 대기업과 입점 업체는 대규모유통업법에 정산기간에 대한 규정이 존재하나 플랫폼 입점업체를 위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법안 공백을 지적했다. 이어 “재발 방지를 위해 대금 지급을 보장하는 판매대금 보증보험, 경영건전성 공시, 수수료를 제외한 판매금액에 대한 보전 방안, 정산주기에 대한 기준 등 전자상거래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보장하는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법·제도 확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