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비중 역대 최저…한은 "대외건전성 양호"

공지유 기자I 2023.11.23 05:10:00

단기외채 비중 1994년 4분기 이후 역대 최저
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 38.4%→34.2%
"고금리 장기화, 중동사태 불확실성…동향 점검"

[이데일리 공지유 하상렬 기자] 우리나라 대외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이 관련 통계 집계 이래 약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미국의 긴축 기조를 비롯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우리 대외건전성이 양호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은행 중심 단기외채 비중 감소세

22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3분기(7~9월) 말 기준 우리나라의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1.8%로 2분기 말 24.3%과 비교해 2.5%포인트(p) 감소했다. 1994년 4분기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저 수준이다.

3분기 말 대외채무(총외채)는 6493억달러(약 845조원)로 전분기 말(6651억달러) 대비 157억달러 줄었다. 특히 이중 만기 1년 이하 채무(단기외채)는 1416억달러로 총외채 감소 폭보다 많은 203억달러가 줄었다. 만기 1년 초과 장기외채는 5077억달러로 46억달러 증가했다.

총외채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지난해 2분기(27.9%) 이후 3분기(26.8%)와 4분기(25.0%) 감소세를 보이다 올 1분기(26.1%)부터 다시 늘어나는 듯 했지만, 2분기(24.3%) 하락 전환한 뒤 3분기에도 하락세다.

부문별로 보면 정부와 중앙·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외채가 줄어든 모습이다. 3분기 말 기준 정부(-22억달러)와 중앙은행(-42억달러), 은행(-119억달러)의 총외채가 전분기 대비 감소한 반면, 비은행권·공공·민간기업 등 기타부문의 총외채는 27억달러 증가했다.

외환보유액(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 비율 역시 34.2%로 전분기(38.4%)보다 4.2%p 하락했다. 2개분기 연속 하락이자, 팬데믹 직전인 2019년 4분기(3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준비자산 대비 단기외채비율은 지난해 2분기(42.3%) 이후 3분기(41.1%)와 4분기(39.3%) 하락세를 보이다 올 1분기(40.8%) 다시 증가하는 듯했지만, 올 2분기(38.4%)부터 다시 하락했다.

국내은행의 외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외화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도 이에 힘입어 3분기 말 기준 143.3%로 규제비율인 80%를 크게 웃돌고 있다.

3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미국 달러화를 들어 보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외인 감소에 이란 동결자금 반환 영향

미 달러화 강세로 준비자산에 해당하는 외환보유액 자체는 줄었지만, 외국인의 단기채권 투자 감소세가 지속된 데다 국내 은행에 예치됐던 이란 동결 자금이 반환되면서 은행권을 중심으로 단기외채가 더 크게 줄었다. 이 기간 분모인 준비자산은 4141억달러로 전분기 대비 73억달러 줄었지만, 분자인 단기외채(1416억달러)는 이보다 많은 203억달러 줄었다.

유복근 한은 경제통계국 국외투자통계팀장은 “3분기 중 차익거래유인(내외금리차-스와프레이트)이 낮은 수준을 보이면서 외국인의 단기채권 투자가 감소했다”며 “이란의 국내 동결 자금이 반환되면서 예금취급기관의 예금 및 현금도 줄어든 영향도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이 같은 결과를 토대로 우리의 대외건전성을 양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단, 글로벌 고금리 장기화 및 중동 사태 등 지정학적 리스크 등에 따른 국제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은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유 팀장은 “단기외채 비율이 하락했고 외채 만기 구조도 장기화됐다는 점에서 대외 지급 능력이 양호하다는 판단”이라며 “다만,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전개 양상이나 미국의 긴축적 통화정책 장기화 가능성 등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대내외 거시경제와 외환시장 상황을 주의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기재부 관계자 역시 “앞으로도 관계기관 간 긴밀한 공조로 대외채무 동향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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