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종합주류도매 면허제도를 개선해 경쟁을 촉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소식에 대한 주류 도매업계의 반응이다. 정부는 현재 까다로운 면허요건을 완화해 신규 사업자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신규 사업자가 늘어나면 자연스러운 가격 경쟁이 발생해 주류 도매상의 마진율이 낮아져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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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도매업계는 주류면허제도를 개편해도 정부가 기대하는 경쟁촉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주류 도매면허는 지역 인구수에 비례해서 배정되고 있다. 주류도매면허를 늘린다고 해도 기존 사업자들이 제2, 제3의 도매상을 만들어 신규 먼허를 나눠가지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수도권의 종합주류도매 A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면허에 빈자리가 생기면 기존 업주들이 직원을 독립시키거나 지인이 새로운 면허를 취득하게 하는 식으로 면허를 매입한다”며 “사실상 한 명이 복수의 도매상을 운영하는 형식”이라고 전했다. 이어 “면허 수가 늘더라도 결국 업의 생태를 잘 알고 있는 기존 도매상들이 독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지역주류협회 등을 통해 도매업자끼리 최저마진율을 지키자는 일종의 ‘담합’이 있지만 최저마진율을 잘 지키지는 않는다는 게 도매업계 주장이다.
주류도매업계의 평균 마진율은 25~30%로 추산한다. 하지만 도매업계에서 기름값, 인건비 등을 감안하면 해당 마진율이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영업지역에 제한이 없다보니 장거리 거래처에 납품하는 경우 기름값 등 운송비가 많이 들고 차량 유지비, 창고 등 시설유지비 등 비용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주류도매업계 관계자는 “차라리 지역마다 주류 물류센터를 만들어서 식당이나 외식업소에서 주문을 넣고 직접 찾아가는 방식으로 하면 마진 구조도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식당 마진이 더 커…“연내 소주·맥주 1000원 오를 것”
주류 도매구조만 바꿔서는 소비자부담 완화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업소용 주류의 경우 주류 도매상이 25~30%의 이윤을 얹어 식당이나 외식업소로 넘기면 또 저마다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구조여서다.
오히려 식당 등의 이익이 더 큰 게 사실이다. 현재 서울 식당에서 평균적인 소주 1병(360㎖) 가격 5000원으로 따져보면 주류 도매상은 출고가에 약 30%의 마진을 붙여 1600~1700원에 납품한다. 결국 식당이나 주점에서 3300원 이상의 이익을 얻는 구조다.
자영업자들은 원부자재 가격 뿐만 아니라 가스비, 임대료 등 부대비용을 주류 판매 이익으로 만회해야 하기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 관악구에서 한정식 식당을 운영하는 B씨는 “요식업에서는 재료비가 오를 때마다 바로 반영해 메뉴 가격을 올리기가 어렵다”며 “주류 판매에 따른 이익 비중이 크다”고 했다. 이어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 최저임금 상승에 따른 인건비 부담까지 감안하면 주류 마진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번에 소주·맥주 출고가가 6.8~6.95% 오르면서 소비자가 부담하는 가격이 6000~7000원으로 오를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 식당가에서도 연내 주류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지만 무턱대고 올리기보다 신중하게 주변 분위기를 살피느라 고심이 많다는 전언이다.
B씨는 “이전에 4000원에서 5000원으로 올릴 때도 소비자 저항 등 눈치를 살피면서 올려야 했기에 몇 개월 걸렸다”며 “이번에는 다른 원자재값이 워낙 올라서 이전보다 주류 가격을 올리는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추이를 좀 지켜보면서 올릴 것”이라고 전했다. 주변 다른 상인들과 협의를 하거나 지역 상인회의 결정에 따라 주류 가격을 통일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