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에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어제 발표한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이 550억 9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5.1% 늘었다. 물량 기준 증가율은 14.2%나 된다. 무역수지도 16억 4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이 증가세로 돌아선 것은 13개월 만이며 무역수지는 5개월 연속 흑자를 보이고 있다. 한국 무역이 다시 정상 궤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기대를 낳고 있다.
수출 역성장의 터널이 너무 길었다. 지난해 10월 전년동기보다 줄어들기 시작한 수출은 지난 9월까지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으며 올 1월에는 감소율이 16.4%나 됐다. 우리 수출의 발목을 잡은 것은 반도체와 중국이었다. 수출이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던 1월의 경우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의 감소율이 각각 43.4%와 31.1%에 달했다. 경제를 이끄는 기관차 역할을 해온 수출의 부진은 극심한 경기 침체를 불러왔으며 성장률 급락으로 이어졌다.
수출이 증가세를 회복한 것은 다행이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반도체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 특정 품목과 시장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외부 환경 변화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 지난 1년의 경험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해 반도체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40%에 이르는 상황에서 글로벌 반도체 불황과 중국 경기 둔화가 겹치면서 한국 수출에 치명타를 가했다. 게다가 중국의 국산화 정책에 따라 중간재 자립도가 높아지고 중국과의 기술격차가 좁혀지면서 한국의 수출경쟁력은 빠르게 약화하고 있다.
한국이 수출강국의 위상을 되찾기 위해서는 신산업과 신시장 개척에 나서야 한다. 한국의 10대 수출 품목은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전기차·방산·원전·바이오 등 새롭게 떠오르는 산업을 발굴해 수출주력 산업의 동맥경화를 해소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중국 수출 회복이 필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2021년 25.3%였던 중국의존도가 올 1~9월 19.8%까지 낮아진 것은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긍정적이다. 신시장 후보로는 베트남·인도·호주 등을 꼽을 수 있다. 시장과 품목의 다변화를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