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년 9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3.7% 올랐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올 7월에는 2.3%로 낮아지며 1년 만에 안정 기조를 되찾는 듯했다. 그러나 8월 3.4%에 이어 두 달째 급등세가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를 반영하는 생활물가지수는 4.4%로 상승폭이 더 컸다.
물가 재반등을 초래한 주요인은 국제유가다.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 6월 초순 배럴당 70달러 초반에 머물렀던 국제유가는 지난달 중순 93달러를 넘었다. 그 영향으로 ℓ당 1500원대에 머물렀던 국내 주유소의 휘발유 평균 가격이 지난달 말에는 1800원대에 근접했다. 지난해 효자 노릇을 했던 국제유가가 최근 들어서는 물가 상승의 주범으로 바뀌었다. 설상가상으로 농산물 값도 급등했다. 지난여름 폭우와 폭염 등의 이상 기후로 인한 작황 부진과 추석 수요 증가가 겹치며 지난달 농산물 가격은 7%나 올랐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소비자물가 급등과 관련해 “10월부터는 다시 안정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여러 상황을 종합해보면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국제유가 전망이 밝지 않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감산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데다 겨울철 수요 증가가 맞물려 연내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다 공공요금도 들썩이고 있다. 7일부터 수도권 지하철 기본요금이 1250원에서 1400원으로 오르고 전기·가스요금도 인상 압력이 커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 이후 발생한 전세계 인플레 사례 111건 중 5년 이상 지속된 경우가 47건(42.3%)이나 됐다. 이처럼 인플레 극복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미국 연준이 지난달 금리 추가인상을 예고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다. 한국은행은 통화긴축 기조를 지속해야 한다. 정부도 이달 말 종료 예정인 유류세 인하 조치를 재연장하고 공공요금 인상을 최대한 억제해야 한다. 가능한 정책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잡기 총력전에 나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