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디지털 약자 배려해야

[김진만 서울시 디지털정책관] “디지털 약자”는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적 약자의 범주에 속하지 않았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우리 삶과 교류에 필수적인 도구로 자리매김하면서 디지털 격차는 세대 간 격차와 시민 삶의 질의 문제로 다뤄지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우리는 누구나 디지털 약자가 될 수 있기에,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은 서울시가 매력적인 스마트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삼아야 할 핵심 가치이다.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디지털 약자 배려 캠페인

팬데믹 이후 늘어나는 키오스크(무인단말기) 앞에서 어르신들은 김밥 1줄 주문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키오스크 앞에서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2022년 시민들이 뽑은 서울시 정책 톱3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은 디지털 약자가 뒷사람의 눈치를 보지 않고 편하게 키오스크를 사용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배려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이다. 현재 민간기업과 단체들도 함께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의 시스템이 디지털로 급속히 전환되는 시점에 이를 따라오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에 기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서울시는 전 시민을 대상으로 디지털 역량 강화 교육 체계도 마련하였다. 디지털 배움터 135여 곳에서 기초부터 심화까지 다양한 맞춤형 디지털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그리고 지하철역, 대형마트, 식당 등 어르신들이 주로 활동하시는 다중이용시설을 거점으로 순회하면서 키오스크 이용법과 스마트폰 활용법 등을 안내하는 디지털 안내사도 운영하고 있다. 올해 상‧하반기 각각 150명을 선발하였고 상반기에만 11만 4천여 명의 시민들에게 도움을 드렸다. 어디나(어르신 디지털 나들이) 지원단에서는 IT 역량을 갖춘 150명의 어르신들이 다른 어르신을 대상으로 1:1 눈높이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오는 10월 은평구와 영등포구에 각각 오픈하게 될 장노년 중심 디지털 교육공간인 디지털동행플라자는 어르신이 원하는 시간에 언제든지 방문해서 쉽고 자연스럽게 디지털 상담·교육·체험을 할 수 있다. 디지털동행플라자는 2025년까지 총 6개소가 조성될 예정이다.

포용적 성장을 위한 스마트도시 비전, 전 세계와 공유

서울시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 정책은 지난 2022년 바르셀로나 스마트시티 어워드에서 최고도시상을 수상할 만큼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얻고 있다. 디지털 5대 기본권(통신, 이동, 교육, 안전, 활용)을 보장하는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은 시민 누구나 디지털의 편익을 통해 누리게 될 풍요로운 삶을 표방하고 있다. 매년 많은 해외도시와 공공기관 등에서 스마트 도시 서울의 우수정책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방문하고 있다.

최근에는 세계도시 간 격차 해소와 포용적 성장을 촉진하는 미래 스마트도시 비전을 담아 ‘서울 스마트도시 상(Seoul Smart City Prize)’을 제정하였다. 지난 6월 세계도시, 기업, 기관 등에서 240건의 신청서가 접수되어 현재 심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오는 9월 25일 DDP에서 시상식을 개최할 예정이다.

앞으로도 서울시는 ‘천천히 해도 괜찮아요’ 캠페인, 디지털 안내사, 어디나 지원단 등 디지털 약자를 위한 다양한 정책을 펼쳐 나갈 예정이며, ‘동행․매력’ 가치가 반영된 ‘서울 스마트도시 상’을 매개로 전 세계와 스마트도시 비전을 공유해 나갈 것이다. ‘디지털 약자와의 동행’이라는 스마트도시 비전이 구현되어 모든 시민들이 차별 없이 디지털 편익을 누리고, 세계 도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