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고금리 등의 충격으로 실물경제 곳곳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버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고,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장기화한 내수침체에 신음하고 있다. 고소득층을 중심으로 일부 소비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저소득층 3가구 중 2가구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소득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내수회복은 아직 멀었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5월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8.0으로 전월 대비 2.9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5월(102.9) 이후 가장 높은 수치지만 현장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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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 까치산시장에서 건어물 가게를 운영하는 김재수(69) 씨는 “작년보다 매출이 절반이나 줄었다”며 “장사가 안 되다 보니 나도 소비자의 한 사람으로 지갑을 닫을 수밖에 없게 됐다”고 푸념했다.
수출 부진속에 내수시장에서 위기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기업도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내수침체로 재고가 쌓이자 공장가동률을 낮춰 재고 소진에 매진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9월부터 증가세였던 백화점 매출도 지난 4월에는 전년 동월 대비 0.8% 감소했다. 명품 구매가 줄면서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돈줄을 풀어 가처분 소득(소비·저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소득)을 늘려서 내수침체를 극복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장기적인 경기침체를 막으려면 정부가 기업보다 가정의 가처분소득을 관리해 줘야 하는 시기”라며 “기업의 제품가격 인상을 자제토록 권고하고 정부가 부채를 더 지더라도 가계 대출이자를 더 늘리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