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장금리 내렸는데…증권사들, 신용융자금리 동결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신용융자금리 정기 점검에 따라 새롭게 산정한 금리를 적용한 증권사는 15곳으로 집계됐다. A증권사는 이달 17일 기존과 동일한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신용융자금리는 기준금리(시장금리)와 가산금리를 종합적으로 반영해 책정하는데, 세부적으로 기준금리를 1%포인트 내림과 동시에 가산금리를 1%포인트 올렸다. 예컨대 나무계좌를 통해 61일 이상 신용융자거래를 이용하는 고객에 종전에는 ‘기준금리 4.5% + 가산금리 4.4%’를 적용했지만, 산정 방식 변경 이후에는 ‘기준금리 4.4% + 가산금리 4.5%’로 책정해 최종 9.9%의 이율을 부과한다.
B증권사도 이달 17일 신용융자금리 고지하면서 지난 3월 개편 때와 같은 수준의 금리를 부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온라인 계좌를 개설한 ‘그린(Green)’ 등급의 고객이 신용거래융자를 90일 초과해 이용하면 기존과 같이 연 9.5%가 부과된다. 같은 날 C증권사도 신용융자이자율 산정 방식을 새로 공시한 가운데, 지난 1월 개편한 신용융자금리와 동일한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
실제 신용융자금리가 기존과 동일하게 책정한 증권사 산정 체계에서 사용하는 기업어음(CP), 양도성예금증서(CD) 등의 기준금리 추이를 보면 조달 비용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A증권사의 경우 기준금리로 CP(6개월물, A1등급) 민평금리를 사용하는데, 월별 평균금리(5개 신용평가사 기준)는 △1월(9~31일 기준) 4.81% △2월 4.38% △3월 4.34% △4월 4.31% 등으로 하락 추세다. B증권사가 적용 중인 4개 신용평가사 민평금리(3개월물, A1등급)도 △1월 4.77% △2월 4.18% △3월 4.0% △4월 3.97% 등을 기록했다.
◇ “비탄력적 금리 산정 체계 손봐야”
일각에선 당국의 감시가 시들한 사이 신용융자금리를 유지하면서 이자수익을 극대화하려는 게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연초 금융감독원이 증권사 신용융자금리 상향 배경을 조사하자 지난 2월 증권사들은 경쟁적으로 신용융자금리를 인하했다. 다만 최근 차액결제거래(CFD) 사태 등으로 시선이 집중되면서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하자 금리 인하에 미온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통해 큰 수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무시하기 어려운 요인이다. 국내 29개 증권사의 올해 1분기 신용융자 관련 이자수익은 358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분기(3502억원) 대비 2.8% 증가한 수준이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시장금리가 하락했음에도 신용융자금리를 비탄력적으로 내릴 경우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는 사례로 볼 수 있다”며 “정보 비대칭성을 이용해 금리가 불합리하게 산정될 수 있는 만큼, 시장에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업무원가 등을 고려하면 여전히 비용 부담이 크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신용융자금리를 낮게 유지하면서 가산금리를 계속 낮춰왔다”며 “금리를 동결하더라도 여전히 원가 이하의 마이너스 수준에 가깝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