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444%의 고금리 불법사채 시장으로 서민들이 내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최저 연 9.4%로 최대 100만원의 생계비를 빌려주는 소액생계비대출을 담당하는 금융당국이 고심에 빠졌다. 예상보다 상품에 수요가 몰리자 7월이면 급하게 마련한 재원 1000억원이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라서다. 예약상담제로 운영되는 소액생계비대출은 한달에 최대 2만5000명이 돈을 빌릴 수 있다. 인당 최대 100만원을 빌린다면, 한달이면 250억원이 나간다. 3월말 출시돼 넉달 후 7월께 1000억원 재원이 소진될 이유다.
현 재원은 국회 예산이 아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10월께 휴대폰깡인 ‘내구제대출’ 문제 등이 제기돼 ‘정부 급전’ 사업을 구상했다. 금융당국은 정무위 단계에서 설득을 통해 1000억원을 증액 예산으로 확보했다. 하지만 예결위에서는 한 푼도 배정받지 못했다. 증액 예산 확정에는 기획재정부 동의가 필요한데, “기재부가 동의하지 않았다”(우원식 예결위위원장)고 한다. 그러나 여야 역시 당시 대통령실 예산을 두고 대립하다 예결위 예산안조정소위가 파행을 겪어 특별히 이 사업을 챙기지도 않았다. 금융위는 일부 삭감을 예상하고 50%를 캠코를 통해 준비했지만, 전액이 삭감되자 은행권 기부금 도움(500억원)까지 받을 수밖에 없었다.
사업에 무관심하던 국회는 생색내기에 바빴다. 사업이 시행되자 “15.9% 금리가 너무 높다, 한도가 너무 작다”며 목청을 돋았다. 예결위에서 신경쓰지 않다가 관심이 집중되자 여론전에서 숟가락만 뒤늦게 얻고 있다.
국회는 기재부와 함께 소액생계비대출의 예산 반영을 고민해야 한다. 국회와 기재부가 지난해처럼 소극적이라면 금융당국에 ‘은행권 팔 비틀기’를 종용하는 게 된다. 국회는 법정 최고금리 재조정에도 나서야 한다. 정부 급전의 ‘씁쓸한 흥행’은 서민 제도권 돈줄이 마른 탓이 크다. 국회가 급하게 법정 최고금리를 연 20%로 내리자 고금리로 조달비용이 높아진 저축은행과 대부업이 부실 위험이 큰 저신용자에게 대출 문을 닫고 있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