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 밀리오레에서 23년째 속옷 장사를 해 온 김정순(55)씨는 코로나 이후 상권 회복 여부를 묻자 한숨부터 쉬었다. 온라인 쇼핑의 활성화로 내국인 손님 감소가 이어지던 와중에 코로나19를 맞아 최근 3년 외국인 관광객 발길마저 뚝 끊겼던 이곳 상인들은 엔데믹 후에도 미간의 주름을 펴지 못했다. 김씨는 “젊은 사람들은 휴대폰이 빠르니 집에서 쇼핑하는 문화가 정착된 거지”라며 “월세를 못내는 점주들이 하나둘씩 빠지니까 관리비만 받고 옆 가게 공간까지 넓혀 내주기도 하지만 손님이 있어야 말이지”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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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2·4·5호선이 지나는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인근은 과거 ‘패션 1번지’로 불리며 대형복합쇼핑몰을 찾는 젊은이와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내부 통로가 좁아 여러 명이 지나기도 힘든 공간이었지만 저렴한 가격과 다양한 종류의 옷에 값을 깎는 ‘흥정’ 재미까지 더해 손님들이 가득했었다. 하지만 한번 썰물처럼 빠져나간 손님들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 일대 공실률은 2022년 2분기 3.4%로 전년 동기(2.5%) 대비 0.9%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가 발발한 2020년 중국인 관광객 등 외국인 손님이 완전히 줄은 이후 방역정책이 완화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곳을 떠나는 상인들이 늘고 있는 셈이다. 가게의 가치는 점점 떨어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감정가 1억5700만원으로 책정된 밀리오레 1층 4㎡ 매장이 경매에서 302만원에 팔렸다.
상인들은 최근 폴린 해외 빗장도 외국인 손님을 동대문으로 끌어들이지 못해,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은 상권 회복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두타몰에서 2019년부터 의류매장 점장으로 근무 중인 장모(33)씨는 “관광객이 코로나 때보단 조금 늘었지만 코로나 이전만큼은 절대 아니다”며 “코로나로 나빠진 경기가 아직 살아나지 않은 것 같다. 3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매출이 3분의 1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화장품 가게 직원 배모씨는 “요즘 내국인 손님은 거의 없고 외국인뿐”이라며 “작년보단 조금 나아진 수준”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살아나지 않고 있어, 외국인 대상 상권들의 회복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본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비교적 해외 출입국이 자유로워졌지만 해외로 나가는 인원만 많고 외국인들이 본격적으로 입국하고 있진 않다”며 “중국도 이제야 비자가 완전히 풀리고 있어서 관광 등이 살아나려고 하는 거지, 아직 본격화한 건 아니다”고 했다. 강 교수는 “명동, 동대문 등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상권 회복은 앞으로 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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