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근속연수가 늘어날수록 연봉이 자연적으로 올라가는 연공서열제는 어떤 문제가 있을까. 이를 계량적으로 검증해봤다.
파이터치연구원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연공서열제로 청년실업자는 연간 9000명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에는 우리나라를 포함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7개 국가들의 2006년부터 2018년까지 연 단위 자료를 활용했다. 국가별로 연공서열제가 어느 정도인지 살펴보기 위해 사용된 지표는 근속연수 1년 미만 근로자 임금 대비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 간 격차다. 이 지표가 커지면 연공서열제가 더 심하다는 걸 유추해볼 수 있다.
2018년 기준 우리나라의 30년 이상 근로자 임금은 649만원으로 1년 미만 근로자 임금(209만원)의 3.1배다. 일본이 2.4배, 덴마크는 1.54배, 스위스가 1.40배, 독일은 1.80배라는 점을 감안하면 주요 선진국 대비 한국은 월등히 높은 수준이다.
연공서열제가 청년실업률에 미치는 영향도 파악해보았다. 최저임금, 실업급여, 고용유연화 등 다른 조건들을 모두 동일하게 만든 상태에서 분석했다. 그 결과 연공서열제와 청년실업률 간에는 양(+)의 상관관계가 나타났다. 연공서열제로 인한 임금격차가 커지면 청년실업률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임금은 아무런 왜곡이 없으면, 개인의 노동생산성과 비례한다. 노동생산성이 향상되지도 않았는데 근속연수 증가에 따라 자동적으로 임금을 인상시키는 연공서열제는 기업의 노동비용을 증가시켜 신규채용을 억제한다. 신규채용의 주요 대상자는 청년이기 때문에 연공서열제는 청년실업자를 증가시키게 된다.
문제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 대부분의 기업들은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활용한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100인 이상 사업체 중 56%가량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는 노조가 있는 대기업·정규직 근로자들에게 유리한 반면 중소기업·비정규직 근로자들에게는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심화시키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직무능력 중심의 임금체계로 개편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2016년 이후 직무등급별로 임금구간을 설정하고 숙련도 및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 지급하는 ‘브로드밴딩’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독일도 2004년 신임금협약을 통해 직무 중심으로 임금을 결정하고 있다. 연공서열제 관행에 익숙한 일본조차 지난해 연공서열제를 직무급제로 바꾸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개혁은 말 그대로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성장 동력을 지속적으로 잃어가고 있는 우리 경제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다. 특히 노동개혁은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다. 우리나라는 여러 분야에서 다른 나라의 부러움을 사고 있지만, 노동부문은 매우 낙후돼 있다. 특히 연공서열제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철 지난 제도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