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 거주 중인 장애인은 264만4700명이다. 인구 대비 5.12%나 된다. 이중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장애인구 대비 3만3650명(1.27%)이다. 많지 않아 보이지만, 대부분이 언어 또는 정신 등과 같은 중복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자폐스펙트럼 장애인구는 더 많아진다.
◇ 7세 이하 아동 0.8% 장애…자폐 5079명
미취학 아동만 보면 만 7세 이하 장애아는 총 2만732명이다. 만 7세 이하 인구 중 0.8%가 장애를 가진 것이다. 이 중 자폐성 스펙트럼으로 장애를 등록한 아이는 5079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20.4% 더 늘어난 수치다. 이들은 드라마에 소개된 것처럼 사회적 상호작용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어릴 때 조기개입을 통해 사회적 상호작용에 거부감이 없도록 하는 교육이 필요하지만, 이들에 대한 교육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다.
현재 서울 특수학교는 32개, 특수학급은 1529개, 병원학교는 10개, 치료지원제공기관은 407개 기관이다. 숫자로는 넉넉해 보이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특수학교 중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한 유아특수학교는 전국 10개소 중 서울에 4곳이 몰려 있다. 시각장애 전문학교인 서울효정학교를 제외하면 자폐스펙트럼장애 등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갈 수 있는 곳은 단 3곳으로 줄어든다. 보통 1개 반에 4명씩, 2개 반이 만 3세, 4세, 5세반으로 구성된다. 전교생을 모두 더해도 정원은 24명에 불과하다. 서울에서 제도권 내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자폐스펙트럼 등 발달 장애아는 채 80명이 안 된다.
서울시 교육청 관계자는 “초중고가 함께 있는 특수학교에서 유치원을 운영하는 경우까지 더하면 제도권 유아교육 대상은 926명”이라고 설명했다.
|
일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특수학급이 설치된 곳도 있지만, 장애가 심할 경우 집으로 돌려보내는 일도 다반사다. 쌍둥이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를 키우는 윤지선씨는 “우리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결국 집에서 돌봄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형 병원에서 병원학교라는 이름으로 치료실을 운영 중이지만 특정 질환을 앓고 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울아산병원 병원학교는 소아암을 진단받은 아이들이 대상이고 삼성서울병원 병원학교도 입원 중인 소아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병원 관계자는 “서울에 있는 병원학교의 경우 국립정신건강센터 참다울 학교 외엔 정신과 치료를 받는 학생이 이용할 수 있는 병원학교가 없다”고 설명했다.
◇ 인기 높을수록 가격도↑…바우처 불가 부모 부담 가중
대부분이 갈 수 있는 곳은 치료지원제공기관, 일명 치료실이다. 치료실 비용은 기관별로 천차만별이다. 치료비는 보건복지부 ‘국민행복카드(최대 16만원)’, 서울시교육청의 ‘굳센카드(16만원)’ 바우처 등을 활용하면 일부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인기가 높은 센터일수록 사용이 제한적이다. 병원 내 치료실의 경우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언어나 심리, 미술치료의 경우 건보 적용에서 제외돼 고스란히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
자폐스펙트럼 장애아들이 주로 다니는 ABA 치료실이나 조기교실도 바우처가 통하지 않는다. 부모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A치료실은 60분 수업에 12만원, 80분 수업에 16만원이다. 센터에서는 주 3회 이상의 수업을 유도한다. 주 4회 80분씩 참여하면 한 달에 내야 하는 치료비는 256만원이다. 여기에 언어치료, 감각통합치료 등을 추가하면 치료비는 월 500만~700만원까지 늘어난다.
A언어치료실은 40분수업, 10분 상담에 10만~13만원, B언어치료실은 7만5000~8만원이다. 소장 수업은 2배에 이르는 15만원이나 된다. 하지만 대기하는 일이 많아 돈이 있어도 못 받는 수업으로 통하고 있다. 좋은 수업을 받으면 내 아이의 인지가 늘지 않을까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부모들은 빚을 내서라도 대기줄을 마다하지 않는다고 한다. 바우처를 받지 않다 보니 고스란히 부모 부담이 된다. A센터 관계자는 “사설 센터라 바우처를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센터에 다니는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부모는 “올해 초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치료비를 한꺼번에 100만원이나 올려 한 치료실비만 400만원을 냈다”며 “그래도 울며 겨자 먹기로 다닐 수밖에 없는 게 부모들의 현실이다. 아이들의 감각이 예민해 장소에 적응하는 것도 치료사에 적응하는 것도 적응이 쉽지 않아 부모들은 을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대부분의 치료실에 서울 수도권에 몰려 있어 지방에서 올라와 월세방을 전전하면서 치료에 매달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의 치료실 2~3곳에 임대료로 나가는 비용까지 더하면 월 1000만원을 지출하는 이들도 있다. 아이 발달의 황금기인 6세 이전에 발달을 올리고자 빚을 내서라도 치료에 열을 올리는 것이다.
7세 자폐스펙트럼 아이를 둔 한정희씨는 “집에 돈이 없으면 장애아들은 집에 방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지금은 어려서 치료실이라도 다닐 수 있지만 조금 더 성장하면 다닐 수 있는 치료실이 줄어들어 사실 앞으로가 더 큰 일”이라고 답답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