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취업하고 진학도'…첫 설 맞는 아프간 388명 한국 정착기

이연호 기자I 2022.01.30 09:00:00

작년 8월 입국 아프간 특별기여자 388명 지역사회 정착 시작
7가구 20명, 각자 생활 터전 마련…나머지도 내달 중순 여수 시설 퇴소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 시행·민관협력플랫폼 출범
실효성 있는 정착 지원 제도 마련 목소리도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지난해 8월 말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정권을 장악하자 아프가니스탄(이하 아프간)을 극적으로 탈출해 한국 땅을 밟은 아프간 특별기여자 388명이 첫 설을 맞는다. 입국 5개월 간 그들 중 일부는 생활 터전을 마련해 제2의 삶을 시작했고, 나머지도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다. 정부와 민간 단체들은 그들의 한국 생활 연착륙을 위해 적극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자녀들이 태권도 교육을 받기에 앞서 준비 운동을 하고 있다. 사진=태권도진흥재단.
29일 법무부에 따르면 아프간 특별기여자 388명 중 7가구 20명은 이달 초 임시 생활 시설인 전남 여수 해양경찰교육원을 퇴소해 지역사회에 정착을 시작했다. 7가구 중 6가구는 인천 소재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등 3개 업체에 취업했다. 아프간 바그람 한국병원에서 약사로 근무한 특별기여자는 현지에서 인연을 맺은 한국인 지인의 도움으로 국내 대학원에 진학(융합의과학 전공)해 학업을 이어가게 됐다.

이번에 퇴소한 가구 중에는 지난해 10월 국내에서 첫 출산을 한 부부도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은 우리 부부에게 새 희망을 줬고, 첫 아이가 태어난 곳”이라며 “낯선 환경이 두렵지만, 정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은 그동안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을 거쳐 전남 여수에서 국내 정착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을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과 11월, 올해 1월 1일 새 생명이 태어나기도 했다.

정부와 민간 단체들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순조로운 국내 생활 정착을 위해 다각적인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달 초 여수의 임시 생활 시설을 퇴소한 20명을 제외한 나머지 특별기여자들도 내달 중순까지 순차적으로 임시 생활 시설 퇴소를 마무리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우선 지난 25일부터 시행된 ‘재한외국인 처우 기본법’ 개정안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에 큰 버팀목이 될 전망이다. 해당 법에 따라 아프간 특별기여자는 앞으로 난민인정자와 동일한 처우를 받고 일정 부분 생활비도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 아프간 기여자들은 출산, 양육, 실업, 노령, 장애, 질병, 빈곤 및 사망 등의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보호 받고, 우리 국민과 같은 수준의 사회보장급여도 받을 수 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20일 정부과천청사에서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의 정착 지원을 위한 ‘민관협력플랫폼(서포터즈)’ 출범식도 열었다. 이들은 추후 특별기여자 맞춤 지원을 위해 취업과 생활, 교육, 의료, 종교 등 분야별로 전문성을 살려 활동할 계획이다. 이와 별개로 아프간 특별기여자 정부합동지원단은 향후 전국 지방 관서에 설치된 이민통합지원센터와 서포터즈를 연계해 특별기여자들이 국내에 성공적으로 자립·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하지만 난민인권네트워크 등 관련 시민단체들은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이 입국 이래 외부와 접촉이 제한된 폐쇄된 공간에서 줄곧 생활해 온 것에 우려를 표하며, 그들이 퇴소 후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정부가 실효성 있는 정착 지원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