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위기의 보톡스]“법 위반”vs“무리한 해석”…보톡스 업계 반발 근거는②

박미리 기자I 2021.11.15 07:10:00

식약처, 보톡스 업체에 '국가출하승인 위반' 철퇴
"보톡스 내수용, 국가출하승인 의무…수출용은 제외"
'업체→도매상→수출' 고착화…'수출용' 해석 갈려
식약처 "수출용 증빙 필수, 위반한 사실 적발"
업계 "비싼 수출용, 국내서 판매할 이유 없...

[이데일리 박미리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보툴리눔톡신(이하 보톡스) 업체들에 잇따라 ‘국가출하승인 위반’을 문제 삼으면서 업계 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보톡스 업계에선 국내 무역회사에 판매한 수출용 보톡스가 현행법상 국가출하승인을 받아야할 대상이 아니라며 식약처에서 무리한 해석을 적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수출용, 국가출하승인 제외”

14일 업계에 따르면 식약처는 지난 10일 휴젤(145020), 파마리서치(214450)바이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국내에 보톡스 제품을 판매한 사실을 적발했다며 해당 품목허가 취소 등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약 1500억원 규모 국내 보톡스 시장에서 50%가 넘는 점유율을 자랑하는 1위 업체 휴젤에 처분이 내려지자 업계에선 사태를 예의주시했다. 다만 휴젤 관계자는 “즉각 서울행정법원에 식약처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냈다”며 “명령이 내려온 당일 제조·판매가 중단됐다가 다음날부터 재개됐다”고 전했다. 이에 휴젤은 일단 이달 26일까지는 보톡스를 판매할 수 있게 됐다.

국가출하승인은 안전사고 시 사회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생물학적제제에 대해 시중 유통 전 국가가 제품의 품질을 한 번 더 확인하는 검정 시스템을 말한다. 백신, 혈액제제, 항독소, 국가관리가 필요한 것이 대상이다. 1g만으로 100만명 이상을 살상할 수 있는 치명적인 독극물인 보톡스도 국가출하승인 대상에 속한다.

그러나 보톡스 제품이더라도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수출용’일 때다. 약사법 제53조 제1항, 의약품 등의 안전에 관한 규칙 제63조에는 국가출하승인 의약품 범위가 적시돼있다. 여기에는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으로서 수입자가 요청한 경우, 식약처장이 국가출하승인을 면제하는 것으로 정하는 품목은 그러지 아니하다(범위가 아니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내수용은 국가출하승인을 필수로 받아야하지만 수출용은 아니라는 의미다.

이러한 내용은 식약처가 2012년 공개한 국가출하승인제도 안정적 시행을 위한 질문집에 보다 직접적으로 포함돼있다. 당시 식약처는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의약품은 국가출하승인을 반드시 받을 필요 없다”는 답변을 공개했다.

[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수출용” vs “증빙 안돼”

식약처가 국내 보톡스 업체에 ‘국가출하승인 위반’을 본격적으로 문제삼은 건 지난해부터다. 지난해 메디톡스, 이번에 휴젤과 파마리서치바이오 순으로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는 업계가 ‘수출용’이라고 주장하는 제품을 식약처에선 수출용이 아니라고 판단한 결과다. 그 동안 국내 보톡스 업체들은 중국 등 허가를 받지 않은 국가에 제품을 수출할 때 국내 무역회사, 도매업체를 활용했다. ‘보톡스 업체→국내 도매업체→해외 수출’ 구조가 고착화한 것이다.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보톡스 업체가 국내 도매업체에 판매한 행위를 문제로 지적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수출용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아도 되지만 해당 수입자의 구매 요청서, 전량 수출 증빙 등 입증자료를 통해 수출용임이 증빙돼야 한다”며 “이를 위반한 사실이 조사과정에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즉 국내 도매업체에 보톡스를 판매한 것은 기본적으로 국내 판매이고 여기에서 수출용이라는 증빙이 이뤄지면 되지만 그러지 않았기에 문제라는 얘기다.

반면 휴젤을 비롯한 보톡스 업체들은 국내 도매업체에 판매하는 행위도 수출 목적이고 제품 역시 모두 수출용으로 나갔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하고 있다. 휴젤 관계자는 “수출용 제품은 표기가 모두 영문”이라며 “국내 병·의원에 해당 제품이 처방된 적이 없다. 무역업체를 통해 전량 수출됐고 이를 입증하는 자료를 다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가격도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더 비싸다는 전언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출용이 내수용보다 50% 비싸다”며 “무역회사들이 더 비싼 제품을 구입해서 국내에서 판매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토로했다.

특히 국내 보톡스 업계에서는 식약처 입장이 갑자기 바뀐 점에 대해서도 불만을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보톡스 업체→국내 도매업체→해외 수출’ 구조가 국내 보톡스 업계에 고착화된 지는 오래됐다. 업계에서 허가취소 위기에 놓인 3사 외에 다른 회사들에도 순차적으로 ‘국가출하승인 위반’ 철퇴가 내려질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다. 이에 국내 보톡스 업체 모두가 결국에는 식약처와 법적 다툼을 벌이는 양상으로 흘러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렇게 되면 약 7조원 규모 글로벌 보톡스 시장 공략에 나선 국내 업체들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는 매년 식약처 약사감시를 받는데 여기선 수출 내역들도 다 확인한다”며 “문제가 있었다면 여기서 문제를 지적했을텐데 그 동안 그러지 않았다”고 불만을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다면 업계에 계도기간을 주고 (현 수출구조를) 시정하도록 하면 됐다. 작년 메디톡스 사례 이후 보톡스 업체 대부분 수출용에 대해 국가출하승인을 받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지 않느냐”며 “그러지 않은 채 바로 행정처분 절차로 가는 부분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