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국무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부겸 국무총리,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모든 국무위원이 양복 대신 한복을 입은 것에 전통복식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먼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국무회의라는 공공의 영역에서 한복 차림이 주는 의미는 클 것이다.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이 한복을 착용한다는 것은 무엇보다 한복의 아름다움을 알릴 수 있는 정례적 기회가 될 것이며, 공무원의 한복 착용은 민간의 그것과 비교될 수 없는 상징성을 띠게 될 것이다. 특히 이번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차림은 한복이 공직사회에 확산될 가능성을 보여준 동시에 TV를 비롯한 각종 시각 매체를 통해 일반 시민에게 전달돼 한복에 관한 관심과 전통문화에 대한 인식도 높일 것이다.
우리는 2005년 APEC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들이 일곱 색의 두루마기와 한복을 우아하게 차려입었던 사진을 기억하고 있다. 당시 이영희 한복디자이너는 전통적인 색상과 소재에 고름 옆에 작은 매듭단추를 달아 고름의 위치를 잡고 입기 편하도록 제작했다. 그래서 각국 정상들은 한복을 간편하게 입고 체형에 상관없이 품격을 나타낼 수 있었다. 이를 통해 한복이 일상생활에서 불편하고 현대적이지 못한 옷이라는 불합리한 인식을 불식시키기도 했다. 전통사회 한국인에게 최적화돼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온 한복을 현대적 라이프 스타일에 맞출 수 있다는 것, 그리고 한복 세계화의 가능성을 보여 준 계기였다.
현대적 한복문화를 활성화하고 대중에게 익숙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일상의 더 많은 분야에서 한복을 착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발상에서 이어져 오는 게 한복문화주간이다. ‘2021 한복문화주간’은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일주일 동안 전국 11개 지역자치단체가 참여하는 행사를 통해 진행된다. 우리 문화를 소중히 여기고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장이다. 이 행사는 한복문화의 활성화를 위한 정부와 관련 공무원의 노력에서 비롯됐다. 아울러 신한복 디자인 개발, 한복 교복 보급 등 한복관계자들과의 협력이 잘 이루어져 한복이 일상복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한 좋은 시도다. 한복의 아름다움이 문화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제시하게 될 것이다.
일상에서의 한복이 한국인을 넘어 세계인에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하다. K-패션으로서 아름다운 한복이 일상에서 받아들여지기 위해서는 공공의 영역에서부터 한복의 상용화가 시작돼야 한다. 그런 흐름이 밑바탕이 될 때 아름다운 한복은 자연스럽게 패션으로서 현대인의 라이프에 스며들 수 있다.
우리는 으레 ‘유관순’이라는 이름에 3.1운동과 흰색 저고리, 검은 치마를 떠올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개최했을 때도 우리는 가장 한국적인 이미지로 태극기, 한옥, 불고기, 김치와 함께 한복을 내세우며 세계인에게 우리 문화를 소개했다. 가장 한국적인 아름다움을 담고 본연의 역사가 살아 있는 옷이 한복이다.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으로 이어져 온 한복은 현대적인 해석과 감각으로 재탄생하는 일상복이 돼야 할 전통문화 유산이다.
김은정 한복문화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