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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알오징어 싹쓸이 안 돼…블루뉴딜로 바다 살려야”

최훈길 기자I 2021.07.09 06:00:00

[만났습니다]①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차기정부 수산 정책 어젠다는 지속가능한 수산”
“‘친환경 수산자원관리 프로젝트’ 블루뉴딜 필요”

[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차기정부 수산정책 어젠다는 미래형 수산자원 관리가 돼야 합니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단기적 대응에서 지속가능한 수산관리로 가야 합니다.”

최완현(사진·57) 국립수산과학원(이하 수과원) 원장은 8일 서울시 중구 순화동 이데일리 사옥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바다는 미래 세대까지 물려줘야 하는 자산”이라며 “이제는 수산 자원관리가 중요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수과원은 해양수산부에 소속된 국내 유일의 수산 분야 종합 국가연구기관이다. 수산경영학을 전공한 최 원장은 해수부 수산정책실장을 지내는 등 30년 넘게 한우물을 판 수산행정 전문가다. 그는 노르웨이 같은 수산자원을 보호하면서 친환경 수산시스템을 만드는데 공을 쏟아왔다.

최 원장은 미래형 수산자원 관리 방안으로 ‘블루뉴딜’을 제시했다. 최 원장이 작명한 블루뉴딜은 친환경 수산물 정책을 통칭하는 것이다. 수과원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스마트양식, 1인 가구를 위한 친환경 건강식, 수산물을 통한 항암물질 개발 등 다양한 블루뉴딜 대책을 검토 중이다.

최 원장은 “유례 없는 코로나로 수산업계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산업이 매우 위축된 상태”라며 “수산업 위기를 타개하려면 지속가능한 바다를 고려한 블루뉴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최 원장과의 인터뷰 주요 내용이다.

최완현 국립수산과학원장. △1964년 부산 출생 △부산공업고, 부산수산대 수산경영학과, 부경대 수산해양학 석사·해양수산경영학 박사 △기술고시(30회) △대통령 비서실 농어촌행정관(2005~2007년) △농림수산식품부 양식산업과장·어선인력과장·수산개발과장·장관 비서관·경영조직과장·지도안전과장·수산정책과장 △해양수산부 국제원양정책관·어업자원정책관·수산정책관·어업자원정책관·수산정책실장 △국립수산과학원장(2019년 9월18일~) (사진=국립수산과학원)


-향후 수산정책 어젠다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제는 수산 자원관리가 중요하다. 바다는 현 세대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소중하게 물려줘야 하는 자산이다. ‘총알오징어’라 불리며 식탁에 올랐던 새끼오징어(어린살오징어)를 싹쓸이 하는 조업은 더이상 하면 안 된다. 오징어뿐 아니라 어린 치어는 무조건 먹지 말고 보호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당시 했던 조언이 지금도 유효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어떤 조언을 했나?


△당시 노무현 장관을 수산물 자원관리 현장에 모시고 간 적 있다. 당시 노 장관이 했던 얘기도 지금도 생생히 기억한다. 어업인을 만난 노 장관은 ‘어떤 농민도 자신의 밭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는다. 농민들에게 밭은 어민들에게는 어장이다. 이제는 어민들도 자신들이 일하는 터전인 바다에 쓰레기를 버려선 안 된다. 어민부터 솔선수범 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처럼 어민 스스로 수산물 자원관리를 하는 게 필요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대책을 검토 중인가?

△블루뉴딜로 바다를 살리는 대책이 필요하다. 블루뉴딜은 친환경 수산물 정책이다. 잡는 어업에서 기르는 어업으로 가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단기·중장기 대책이 필요하다. 단기적으로는 소비자를 위한 간편한 수산 건강식을 개발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한 천연 소재 물질을 개발하려고 한다. 현재 돌돔에서 항암물질을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 중이다.

중장기적으로는 양식수조 수질정화시스템을 개발하고,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양식산업 인프라를 구축하려고 한다. 디지털 기술을 이용해 양식 수산물의 질병을 원격으로 관리하려고 한다. 영양 성분을 강화한 수산식품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코로나19 상황에도 유효한 대책인가?

△그렇다. 유례 없는 코로나로 수산업계는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산업이 매우 위축된 상태다. 생산 분야에서는 수산업 영세성, 열악한 작업환경, 고령화 문제가 겹쳐 있다. 소비 문제에서는 수산물 비린내, 소비 위축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도 어민들이 줄어들고 있어 걱정이다. 이같은 수산업 위기를 타개하려면 블루뉴딜이 필요하다.

-1인 가구 증가로 인한 여파도 크다.

△1인 가구가 늘면서 수산물 간편식이 필요한 때가 됐다.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소비가 이뤄진다. 따라서 온라인으로 간편하게 1인분 수산물을 공급해야 한다. 일례로 우리나라 국민들이 좋아하는 고등어를 그렇게 공급하는 방법이 있다. 고등어 비린내를 없애는 게 가장 큰 고민이었다. 수과원은 고등어 비린내를 제거하는 기술 특허를 받아서 제공했다. 앞으로는 수산물 신기술이 더 필요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다가갈 기후변화에 대한 수산 분야 대책도 있나?


△수과원은 수산 분야 탄소중립 로드맵을 만드는데 참여하고 있다. 고수온, 저수온 등 기후변화로 인해 양식 수산물의 피해가 늘어나고 있다. 매년 여름철이면 적조, 해파리 등 불청객이 찾아오고 있다. 중국 등에서 괭생이모자반도 밀려와 어업에 피해를 준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수산 분야에 빨리 적용시켜야 한다.

-분야별 대책을 설명해달라.

△고수온 대책으로는 전국 연안 120곳에 수온 관측 센서를 설치해 실시간 수온 관측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양식생물 피해 대응반을 통해 양식장 피해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고해상도 단기 수온 예측시스템을 통해 ‘예측기반 기후변화 대응 연구’도 추진 중이다.

적조 대책으로는 빅데이터,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적조 관련 이동예측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통해 사흘 뒤 적조의 이동 경로를 미리 예측하고 있다. 작년부터는 시민참여 모니터링단을 운영해 국민 눈높이에서 적조를 점검하고 있다. 해파리 대책으로는 모바일 앱 신고 시스템을 개발해 해파리 발견시 국민 누구나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괭생이 모자반 퇴치는 어떻게?

△괭생이모자반의 경우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을 위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특히 괭생이모자반을 활용해 전복 배합사료를 만드는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연구 골자는 괭생이모자반을 발효, 처리해 전복 사료로 쓰는 방안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복 배합사료 시장은 중국산 수입사료에 잠식된 상황이다. 따라서 괭생이모자반을 통한 사료 연구가 굉장히 중요하다.

-탈석탄·탈석유 등 탄소중립을 위한 대책은?

△작년 12월 발표된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따라 후속 대책을 준비 중이다. 연근해어선 4만 462척(2019년 기준)에서 총 238만 6000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있다. 뱀장어, 넙치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수과원은 수산 분야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조사하고 감축 수단을 개발할 것이다.

-스마트 양식장도 추진 중이라고 하는데.

△양식이 성공하려면 좋은 종자, 좋은 사료, 좋은 양성 방법이 있어야 한다. 삼박자가 동시에 맞아야 한다. 그러면 새로운 시장이 나올 수 있다. 소비자들에게 더 좋은 먹거리를 착한 가격에 제공할 수 있다. 무조건 많이 생산하는 게 정답이 아니다. 오히려 ‘풍년의 역설’로 공급량이 많아지면 제값을 못 받기 때문이다.

수과원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통한 스마트양식 시스템 개발에 나선 상황이다. 경남 하동에 해상 스마트양식장을 국내 처음으로 꾸려 원격으로 양식을 하고 있다. 경남 진해에는 육상 스마트양식장을 구축했다. 사육환경 모니터링, 자동 사료 공급, 원격 제어 등으로 똑똑한 친환경 방식으로 양식장을 운영하고 있다.

-올해는 근현대 수산과학연구 100년이자 수과원 창립 72주년이다. 향후 비전은?

△수과원 비전은 ‘수산과학기술 혁신을 이끄는 글로벌 연구기관’이다. 수산과학 연구를 통해 정부의 수산정책을 지원하고, 현장 기술을 개발·보급해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이끌 것이다. 이를 위해 수과원은 미래형 블루뉴딜 기술 개발, 지속가능한 수산업을 위한 인프라 구축, 기후변화 등 수산 현안을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구축, 선도적 국제화 추진 등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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