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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비만 치료, 다이어트 등 생활습관 개선만이 답은 아니다

이순용 기자I 2020.05.22 00:03:51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고도(병적)비만은 단순히 체중이 과도하게 많이 나가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 아니다. 고혈압, 당뇨,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심장혈관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질환이다. 비만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서양에서는 고도비만수술이 흔히 시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인식 변화로 2019년부터 고도비만수술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비만을 전 세계에 퍼지는 ‘유행병’으로 지칭하고 ‘치료가 필요한 만성질환’이라고 경고했다. 비만은 다양한 대사질환의 원인으로 위식도 역류질환, 수면무호흡증, 성기능 장애, 불임, 관절염, 일부 암의 발생과도 관련된다.

2018년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체질량지수(BMI)가 25 이상인 비만 유병률은 2008년 30.7%에서 2018년 34.8%로 증가했다. 다이어트 시도 비율은 남자 54.3%, 여자 68.5%로 여자가 남자보다 높았다. 신체활동 감소, 지방 섭취 증가 등 생활습관이 점점 나빠지면서 비만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진조 가톨릭대학교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비만은 단순하게 체중이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신체에 체지방이 과다하게 축적돼 건강에 해를 끼치는 상태를 뜻한다”며 “몸의 소비 에너지에 비해 잉여 에너지가 많아지는 에너지 불균형이 오랜 기간 지속됐을 때 나타나는 결과로 고혈압, 심장병, 당뇨병 등의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했다.

◇BMI 30 넘으면 ‘고도(병적)비만’… 셀프 체중감량 어려워

비만 측정 방법은 여러 가지지만 보편적인 것은 체질량지수(BMI)다. 체지방률은 CT(컴퓨터단층촬영) 또는 MRI(자기공명영상)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측정할 수 있지만 대규모 인구집단 연구에서 흔히 사용하기 힘들어 현재는 BMI를 기준으로 나누고 있다. BMI가 30 이상이면 비만, 35를 넘어서면 고도비만으로 분류한다.

또 비만 관련 위험도를 결정하는 데는 지방의 양뿐만 아니라 지방의 분포도 영향을 미친다. 복부의 내장 비만은 대사증후군의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와 연관돼 있어 이를 평가하기 위해 허리둘레나 허리, 엉덩이 둘레비가 체질량지수와 함께 사용될 수 있다.

고도비만은 기본적으로 많이 먹고 활동량은 적기 때문에 잉여 에너지가 지방조직으로 저장돼 나타난다. 또 식욕 조절 기전에서 호르몬의 분비나 작용의 교란으로 식사량이 조절되지 못해 나타나기도 한다. 유전적인 요인도 40~70% 정도 있다. 따라서 식생활과 운동만으로는 쉽게 감량이 안 되고 요요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김진조 교수는 “고도비만은 식이조절, 운동 프로그램,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는 체중 감량을 달성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며 “오히려 이들 방법을 통해 반복적으로 체중 감량에 실패한 경우 요요현상을 경험하게 되고, 절망감을 반복해 결국 좌절하는 문제점을 가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비만대사수술, 체중조절 효과 증명된 유일한 치료법

비만에 대한 수술적 치료를 ‘베리아트릭 수술(Bariatric surgery, 비만대사수술)’이라고 하는데, 그리스어로 체중을 뜻하는 ‘baros’와 치료술의 ‘iatrikos’의 합성어다. 비만 수술은 오늘날 서구 사회에서 가장 급속히 성장하고 있는 외과학 분야다.

비만대사수술은 생활습관 개선 등 비수술적인 치료로도 효과적으로 체중감량이 되지 않는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다. 아시아 기준으로 고도비만(BMI 35) 이상이거나 심혈관질환, 고혈압, 제2형 당뇨병, 이상지혈증 등 대사질환을 앓고 있으면서 비만(BMI 30 이상)일 경우 필요하다.

비만대사수술은 크게 위의 용적을 줄여 음식물의 섭취를 제한하는 제한적 수술, 영양분의 흡수를 억제하는 수술, 그리고 이 두 방법을 합친 혼합형이 있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유용성을 인정받고 가장 널리 사용되는 방법은 복강경 위소매절제술과 복강경 루엔와이 위우회술 등이다. 위소매절제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량을 줄이는 것이고, 위우회술은 위를 축소해 음식물 섭취를 줄임과 동시에 소장의 일부를 우회시켜 영양분의 흡수를 줄이는 개념이다.

김진조 교수는 “대사질환이 있고 BMI가 높은 경우는 우회술이 더 효과가 있고, 대사질환이 없고 상대적으로 BMI가 낮은 환자의 경우는 절제술이 더 적합하다”며 “비만대사수술은 고도비만 환자에서 장기적으로 체중조절을 할 수 있다고 증명된 유일한 치료 방법으로 일시적인 지방 제거 수술이나 미용 성형수술과는 다르다”고 강조했다.

복강경 조절형 위밴드 수술(Laparoscopic Adjustable Gastric Banding)은 유럽과 호주 등에서 가장 널리 시행되는 방법이다. 위의 상부에 조절형 밴드를 설치해 15~20㏄의 위주머니를 만들어 배고픔을 잊게 하고 적은 식사량에도 쉽게 포만감을 느끼게 한다. 먹은 음식물은 밴드에 의해 형성된 작은 구멍을 통과해 서서히 내려가고 그 뒤로는 정상 이동경로를 통해 소화된다.

이 수술의 장점은 시술이 비교적 쉽고 수술과 관계된 합병증 및 사망률이 적으며 밴드의 크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가 발생하거나 필요가 없어지면 제거해 원래대로 복구할 수 있다. 보통 수술 후 18개월에서 3년에 최고의 체중감량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밴드가 미끄러져 버리는 부작용이 있고 위우회술에 비해 체중 감량 효과가 적은 편이다.

◇주로 위소매절제술/ 위우회술 시행… 식이운동요법 병행해야

위우회술은 보통 복강경 루엔와이 위우회술을 줄여 부르는 말이다. 과거 미국에서 가장 많이 시행됐다. 위의 상부를 절단해 20㏄ 정도 용량의 작은 주머니를 만들고 먹은 음식의 영양분이 소장에서 흡수되지 않도록 장도 일부 잘라 대략 2ℓ정도의 소장우회가 Y자 모양으로 이뤄진다. 환자는 식욕의 변화가 오고 적게 먹으며 먹은 음식은 덜 흡수된다. 체중 감량의 효과는 수술 후 6개월까지 급속하고 18~24개월까지 꾸준히 감량된다. 제2형 당뇨병의 치료에서 단순한 제한적 수술보다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음식물이 빠른 속도로 소장(작은창자)에 닿음으로써 야기되는 복통, 설사, 저혈당 증상을 일으키는 부작용(덤핑증후군)이 발생할 수 있다.

복강경 위소매 절제술은 위를 세로로 길게 절제하는 수술이다. 위저부(상부)와 대만부(긴 바깥쪽)를 절제해 80~100㏄정도의 위 소만곡부(유문부 보존)를 남긴다. 2005년 국내 연구 결과를 보면 BMI 35 이하의 환자에서 수술 후 3년간 85%의 초과체중감소율과 당뇨병이 호전되는 효과를 보였다. 이 수술은 복강경 루엔와이 위우회술에 비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술 합병증 및 대사성 합병증이 적으며 효과가 미흡할 경우 다른 수술로 변환이 쉽다. 또한 소화기관의 해부학적 변형이 없어 잔위나 십이지장에 대한 검사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다시 위의 용적이 늘어날 수 있는 단점이 있다.

김 교수는 “고도(병적)비만은 단기간 내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각 개인에게 맞는 일일 권장 칼로리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을 생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체중 또는 비만인 경우 다이어트를 위해 특정영양분의 과다 또는 과소 섭취를 하게 되는데 이는 오히려 영양 불균형이라는 부작용만 있을 뿐 결과적으로 체중감소에 큰 효과는 없고 흔히 얘기하는 요요현상을 초래하기 쉽다”며 “건강한 체중감량을 위해서는 전문가와 상의해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요법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위장관외과 김진조 교수가 복강경을 통 비만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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