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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따른 단기 충격 완화 대책과 함께 중장기적인 수요 감소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경연)은 최근 발표한 ‘2019 장기 에너지 전망’을 통해 우리나라 석유 소비량(최종 에너지 기준)이 2018년 6150만석유환산톤(toe)에서 2040년 6110만toe로 약 0.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에너지 산업 특성을 고려하면 적잖은 변화다. 석탄이나 가스, 전기,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원 소비 증가가 예상되는 가운데 최대 에너지원인 석유 소비만 나 홀로 감소하는 것이다. 같은 기간 전체 에너지 소비는 2억3780만toe에서 2억8100만toe로 연평균 0.8%씩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전망대로라면 석유 비중도 2018년 49.4%에서 2040년 44.5%로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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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정부 목표는 에경연 전망을 월등히 앞서 나간다는 점에서 소비위축 속도가 더 가팔라질 수 있다. 에경연은 2040년까지 석유 연료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보급 대수 500만대 달성을 전제로 석유 소비가 0.7%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지만 정부의 친환경차 보급 목표는 이를 훨씬 앞서 있다.
정부는 2040년까지 전기차 830만대, 수소차 290만대 등 1000만대 이상의 친환경차 보급한다는 계획이다. 전체 차량의 절반 이상을 하이브리드차도 뺀 순수 친환경차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최종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석유 비중은 18.3%까지 줄어들게 된다.
에경연 관계자는 “원유를 정제하며 다양한 연산품을 한꺼번에 만드는 정유업계 특성상 휘발유·경유 수요가 줄어들면 전체 석유제품 생산도 함께 줄일 수밖에 없다”며 “정유산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한 만큼 사전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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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계는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4대 정유사의 올 1분기 영업손실액이 3조원에 육박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요 정유사는 이미 지난달 말부터 임원진 급여 반납과 경비예산 삭감, 가동률 하향 등 비상경영에 나선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올 초 배럴당 60달러를 웃돌았으나 3월 중순부터 그 3분의 1 수준인 20달러 전후를 오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 마감 기준 두바이유는 배럴당 22.23달러다. 정유사의 원유 비축분 가치도 그만큼 내렸다. 정유사가 원유를 사서 정제 후 판매할 때까지는 통상 2~3개월이 걸린다.
여기에 코로나19에 따른 전 세계적 경제 충격 때문에 석유제품 수요 감소도 이어지고 있다. 정유사의 수익성을 가늠하는 정제 마진도 3월 말부터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원유를 정제해 제품을 만들수록 정유사 적자 폭이 커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당분간 수요 회복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세계 원유 수요 감소 폭이 2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도 대응 마련에 나섰다. 국세청은 정유업계의 코로나19 단기 충격 완화를 위해 정유업체 4개사의 3월분 유류세(교통·에너지·환경세) 납부 시한을 4월에서 7월로 3개월 유예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3개월 동안 약 1조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오는 22일 정유업계와 간담회를 열고 이를 포함한 대책 마련을 논의한다.
그러나 코로나19 충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알 수 없는데다 근본적인 수요 감소 위기에 내몰린 만큼 더 강력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원유수입 관세나 석유수입부과금을 한시적으로라도 낮추거나 원유 재고를 국가가 전략비축유로 사들이는 등 방안이 거론된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현 위기 상황이 얼마나 이어질지 알 수 없는 상황”며 “좀 더 근본적이고 실질적인 지원 대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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