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칭가스를 생산하는 모리타화학공업의 모리타 야스오 사장은 지난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7월 2일 이후 경제산업성에 수출 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 나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전에는 3일이면 허가가 나왔지만 이번엔 한달이 지나도록 감감무소식이라는 것이다. 심지어 7월 2일은 아직 일본정부가 한국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전이다. 왜 수출 허가가 나오지 않느냐는 모리타화학 측의 문의에 경산성은 “심사일이 4일 이후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일본정부는 지난달 1일 반도체·디스플레이의 핵심 소재인 에칭가스·포토 레지스트·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을 한국을 수출할 때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4일부터 이들 품목을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수출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전까지는 한 번 허가를 받으면 같은 수출처에 대해서는 3년 동안 허가를 받은 것으로 인정하는 포괄허가제였다.
모리타화학은 한국에 있는 합작회사에 먼저 고순도 불화수소를 공급하면 합작회가가 반도체용 에칭가스를 만들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납품하는 형식으로 수출을 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한달에 한번 계약 물량을 모아 배로 운송했다. 그러나 포괄허가제에서 개별허가제로 바뀐 뒤로부터는 해당 계약에 대한 수출허가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수출 신청 자체도 복잡해졌다. 필요한 서류가 3개에서 9개로 늘어났고 무엇보다 상품의 최종 수령자가 제품을 어떻게 사용하는지까지 설명해야 한다.
이전에는 한국에 있는 합작회사에 수출한다고 기재하면 끝났지만 이제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이를 어떻게 사용할지까지 확인해야 하는 것이다. 당연히 거래처에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요구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린다.
예상보다 복잡한 절차에 모리타화학은 8월초가 되어서야 추가 수출을 신청할 수 있었다. 여기서부터 또 수출허가가 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모리타 사장은 “한국에 있는 합작기업에 있는 고순도 불화수소의 재고가 1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며 “이제 바닥이 나고 있다”고 호소했다.
|
당장의 매출 타격보다 고민되는 것은 이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삼성전자 등 한국기업이 대체 거래처를 찾고 있다는 점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기업이 차지하는 비중과 위상은 절대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D램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점유율은 45.7%다. SK하이닉스가 28.5%로 2위다. 최대고객을 잃어버릴 지도 모르는 위기 상황에서 모리타화학 역시 어떻게든 정치적 영향권을 찾기 위한 대안 마련에 분주하다.
모리타 사장은 “중국에서 한국으로 수출을 하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모리타화학은 중국 저장산메이케미칼과 중국 저장성 공장을 세워 중국 내 고순도 불화수소 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올해 내내 한국으로의 수출이 힘들 것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최악의 경우) 중국에서 한국을 수출하는 것도 가능할 것”이라고 부언했다.
일본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를 수입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을 대비해 중국에서 수입한 고순도 불화수소로 에칭가스를 만드는 작업도 시작하고 있다. 다만 역시 일본에서 생산한 고순도 불화수소로 만든 에칭가스보다 품질이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반도체용으로도 적합하지 않다.
그는 “지금은 어찌어찌 버티고 있지만 슬슬 한계가 오고 있다”며 “일부 제품은 허가가 났다(지난 8일 일본정부는 포토레지스트를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을 1건 허가했다). 우리 제품도 빨리 허가를 내달라”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삼성전자는 일본이 수출 규제를 강화한 소재 대체 조달처를 확보에 역량을 집중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토레지스트는 이미 6~10개월분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일본정부가 일본에서 수출되는 포토레지스트의 수출 허가를 내주지 않더라도 소재 조달에는 차질이 없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전 임원인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11일 닛케이 아시아 리뷰와의 인터뷰에서 삼성전자가 벨기에에 본부를 둔 회사로부터 포토레지스트를 조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명은 밝히지 않았지만, 신문은 2016년 일본의 화학회사 JSR과 벨기에의 연구센터 IMEC가 설립한 합작회사로 추측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이미 이 포토레지스트를 제품 생산 공정에 사용하고 있다며 “일본의 수출규제의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