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전 ‘우리 강산을 그리다: 화가의 시선, 조선시대 실경산수화’ 개막을 앞둔 지난 22일.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배기동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느닷없이 질문을 던졌다. “굉장히 공을 들여 준비한 전시회인데, 얼마나 많은 관람객이 들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라더니, 갑자기 진지한 표정으로 툭 뱉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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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국립중앙박물관의 기획 전시회 중 최다 관람 전시회는 2006년 열렸던 ‘16~19세기 서양회화 속의 풍경, 루브르박물관전’으로, 총 52만3482명이 찾았다. 이밖에 △이집트문명전, 파라오와 미라(2009년, 44만8208명) △근대도시 파리의 삶과 예술, 오르세미술관전(2014년, 37만8381명) △이집트 보물전(2016년, 34만3547명)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2008년, 31만2591명) 등이 관람객 수 상위권에 올랐다.
반면 우리 역사를 주제로 한 전시회들은 아직 20만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관람객 수 10만명을 넘은 전시회도 손에 꼽는다. 지난해 열렸던 ‘대고려, 그 찬란한 도전’이 총 17만2101명이 찾아 최다 관람 기록을 갖고 있다. 배 관장은 내심 실경산수화전이 대고려전의 기록을 깨주길 기대하는 눈치다. 그는 “우리 미술사에 한 획을 긋는 다수의 실경산수화가 이번 전시회를 통해 첫 선을 보인다”라고 추켜세웠다.
9월 22일까지 열리는 이번 특별전에는 김응환이 1788∼1789년에 김홍도와 함께 금강산을 유람하고 그린 ‘해악전도첩’ 속 ‘백운대’를 비롯해 고(故) 윤익성 레이크사이드 컨트리클럽 회장 유족이 기증한 16세기 중반 회화 ‘경포대도’와 ‘총석정도’, 미국 로스앤젤레스카운티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석파정도(石坡亭圖) 병풍’ 등 고려 말부터 조선 말기 실경산수화 360여 점이 전시된다.
겉으로 드러내진 않았지만, 이번 특별전은 한반도의 화해·협력 시대를 향한 열망도 담고 있다. 배 관장은 “1999년 ‘아름다운 금강산’전 이후 20년 만에 북한 지역을 그린 산수화를 대거 선보이는 자리”라면서 “우리 민족의 염원인 ‘통일’을 위한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