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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리더십 균열?…공화당 12명, '비상사태 선포'에 반기

이준기 기자I 2019.03.15 05:59:54

비상사태 저지 결의안 상원도 통과…찬성 59표·반대 41표
예맨내전 중단 개입안 이어 이틀 연속 반란…리더십 타격
트럼프, 거부권 행사…의회의 거부권 무력화 쉽지 않을 듯

사진=AFP
[뉴욕=이데일리 이준기 특파원]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 12명이 트럼프에 반기를 들었다.”

멕시코 국경장벽 건설을 밀어붙이고자 선포한 도널드 트럼프(사진) 미국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를 저지하기 위한 미국 의회의 결의안이 14일(현지시간) 공화당이 수적 우위를 점한 상원에서도 통과됐다. 찬성 59표, 반대 41표다. 앞서 이 결의안은 지난달 26일 야당인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을 가볍게 통과, 상원에 제출됐었다.

공화당 53명, 민주당 45명, 무소속 2명으로, 공화당이 과반을 점한 상원에서 이 결의안을 저지하지 못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이렇게까지 예상보다 큰 숫자로 통과됐다는 점은 이례적이다.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이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할 경우 공화당에서 12명이 이탈한 셈이기 때문이다. 앞서 로이터통신 등 미국 언론들이 점쳤던 ‘5명 이탈’의 두 배가 넘는 숫자다.

일각에선 2020년 대선을 앞두고 여권 내 분열에 대한 우려마저 나온다. 그동안 줄기차게 결의안 가결 땐 ‘결의안 찬성표는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에게 찬성표를 던지는 격’ 등의 발언으로 공화당의 ‘단합’을 도모해왔다는 점에서다.

이와 관련, 한 외교소식통은 “그만큼 장벽건설에 우려를 표하는 공화당 인사들이 많다는 방증”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이 상당 부분 타격을 입은 격”이라고 해석했다.

특히 이날 결의안 통과는 전날(13일)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주도 연합군에 대한 미국의 지원을 끝내는 내용의 결의안이 상원에서 찬성 54명, 반대 46명으로 가결된 지 하루 만에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잇달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상원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또다시 일어났다는 점에서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결의안 통과 소식이 전해진 직후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 들어 첫 거부권 행사 방침을 재차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방금 통과된 민주당 주도의 결의안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기를 고대한다”며 “이 결의안은 국경을 개방시켜 우리나라의 범죄와 마약, 그리고 인신매매를 늘어나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공화당 의원들을 향해서도 “국경 안보와 절실하게 요구되는 장벽을 지원하기 위해 표결에 임해준 모든 강한 공화당 의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표한다”고 했다.

미국 의회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권을 무력화하기는 쉽지 않다. 거부권 반대 법안을 제정하려면 재적 의원 3분의 2의 찬성표가 요구되는데, 현 의회 구도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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