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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업계와 속성이 비슷한 광고업계 전문가에게 ‘위기 탈출 해법’에 대해 들어봤다. 이수진 이노션 데이터커맨드센터 팀장은 ‘데이터’가 해답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 팀장은 디지털 광고 전문가다. 지난 2010년 이노션에 합류해 디지털 관련 프로젝트를 주로 진행했고, 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을 느껴 회사에 건의해 데이터커맨드센터를 기획했다.
이 팀장은 “규모가 큰 국제 스포츠 행사와 관련한 마케팅을 하면서 해외 에이전시들이 어떻게 마케팅을 하는지 살펴보니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시간으로 소비자 반응을 마케팅에 반영하더라”면서 “우리도 데이터 기반으로 광고 전략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지난 2015년 설립한 이노션 데이터커맨드센터는 국내 광고업계 데이터 분석 조직 중 최대 규모다. 데이터커맨드센터 설립 이후 이노션은 다변화된 광고업계 경쟁구도에 대응할 수 있게 됐다.
현재 광고업계는 디지털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고 있다. 제일기획에 따르면 지난해 디지털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14.4% 성장하며 사상 처음으로 4조원을 돌파(4조3935억원)했다. 올해도 1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과거 시장 경쟁자는 광고대행사였다. 하지만 디지털 광고 시장이 커지면서 광고대행사는 디지털 마케팅 대행사, 컨설팅 대행사, 솔루션 대행사와도 경쟁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시장 경계가 무너지며 경쟁자가 늘어난 셈이다.
이노션이 이 같은 상황에 무기로 삼은 것이 바로 데이터커맨드센터다.
이 팀장은 “기존 광고업계의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이 이론가의 모델이나 단순 예측에 의해 진행됐다면 이제는 소비자 기반의 데이터 분석을 통해 논거를 마련하고 있다”며 “데이터 분석은 광고 모델 선정, 브랜딩 방향 설정, 광고 효과 분석 등 다방면에 활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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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사가 말하고 싶은 메시지가 아니라 소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실 사용자들이 느낀 장점을 광고에 적극 반영했다. 광고 모델도 당시 인기 드라마였던 tvN ‘응답하라 1988’에 출연한 배우들을 기용해 광고 호감도와 함께 주목도를 높였다. 아울러 지금은 일반화된 유튜브 등을 통한 노출도 염두에 두고 미디어 전략을 짰다.
이 팀장은 평소 소비자 기반 데이터를 분석하면서 유통업계 역시 광고업계와 비슷하게 다변화된 경쟁구도에 놓여있다는 점을 포착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내의 세포 셀러(개인 판매자)를 통한 소비 증가와 마켓컬리와 같은 새로운 유형의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이 그것이다.
그는 “최근 마케팅 주도권은 기업에서 소비자로 넘어갔다고 봐야 한다”며 “세포 셀러는 전통적인 유통기업과 달리 판매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서 이용자들과 소통한다”고 전했다.
유통사는 이렇듯 달라지는 소비 트렌드와 유통 변화에 주목할 필요가 있고, 데이터 분석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는 게 이 팀장의 생각이다.
이 팀장은 “데이터가 늘 아쉬운 광고회사와 달리 유통사는 데이터를 풍부하게 수집할 수 있지 않느냐”면서 “새로운 시스템에 투자하기에 앞서 기존 시스템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활용할 방법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끝으로 1인 소비 트렌드 변화와 마트와 같은 공간의 새로운 활용방안을 고민해볼 것을 제안했다.
그는 “직장인 나홀로 소비족이나 혼자 사는 노인들 등 1인 소비 트렌드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며 “또 ‘책맥(책+맥주)’이라는 말이 나오면서 서점의 용도가 바뀌었듯이 소비 패턴의 변화에 따라 공간에 대한 인식 역시 달라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마트에서 물건만 사고판다는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