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가 남북철도 연결을 위한 공동조사 사업을 기존 대북제재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하기로 했다. 지난 20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워킹그룹 첫 회의에서 이와 관련한 대북 물자반출 계획이 미국의 독자제재 적용에서 면제된 데 연이은 예외 조치다. 북한이 비핵화 후속 협상에 있어 미온적인 태도를 보임에 따라 압박 강도를 높여가던 국제사회의 제재 방안이 제한적으로나마 완화 기미를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로써 북한의 철도 현대화를 위한 남북 공동조사가 계획대로 추진될 수 있게 됐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에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조속히 불러내려는 의중이 담겨 있음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제2차 북·미 정상회담 논의를 위한 미국과의 고위급 회담이 선결 과제다. 지난 7일 뉴욕에서 열리려던 양국 고위급회담이 갑작스럽게 연기됐다가 다시 새로운 계기가 마련된 셈이다. “일정이 분주하니까 연기하자”며 일방적으로 회담을 연기한 북한에 유화책을 제시한 것이나 다름없다. 내년 봄으로 예정된 한·미 독수리훈련의 범위가 축소될 것이라는 미국 측의 발표도 비슷한 의미다.
이처럼 대북제재 완화 기조가 이어진다면 남북경협도 점차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이번 안보리 결정에 따라 빠르면 금주 중이라도 남북한이 북한 내 철도 공동조사를 위한 실무작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의 4·27 판문점선언에 포함된 철도연결 사업이 일단 출발선상에 선 것이다. 남북이 지난달 하순 경의선 현지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으나 미국 측의 제동에 걸려 일정이 미뤄졌던 데 비해서는 상당한 진전이다.
하지만 북한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국제사회의 제재 조치가 완화되기보다 기존 방침의 유지 가능성이 더 크다는 사실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이번 제재 예외 조치도 공동조사에만 국한된 것이다. 한편으로는 우리 정부에 대해 남북경협 사업을 서둘러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포함하고 있다. 북한에 대해서는 비핵화 약속을 철저히 이행한다면 추가적인 제재 해제도 가능하다는 점을 암시한다. 우선 북·미 고위급회담에 조속히 응하되 국제사회가 신뢰할 수 있는 카드를 내놓으라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