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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법정처리시한(12월 2일)까지 열흘가량 남았지만 여야는 상임위 별 예산안 심사는 물론 예산조정 소위도 꾸리지 못했다. 결국 처리시한에 임박해 예산안 졸속 심사가 되풀이될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창호법’ ‘아동수당 확대’ 등 민생 법안 처리도 함께 늦어지고 있다. 이처럼 당리당략에 따라 민생이 볼모로 잡히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 ‘예결위 상설화’ 등 보완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정시한 불과 2주남아..16개 상임위 중 10개만 예산안 제출
20일 국회 의안과에 따르면 16개 상임위원회(정보위 제외) 중 10개 상임위만 예산안 심사를 완료했다. 그러나 국회운영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교육위원회 등 6개 상임위는 심의조차 끝내지 못했다.
심의를 마치지 못한 이유는 야당의 불참으로 상임위가 ‘올 스톱’됐기 때문이다. 환노위도 전날 전체회의를 열고 예산안을 의결하려 했으나 한국당 소속 위원의 불참으로 회의도 열지 못했다. 덩달아 예산안 일정이 줄줄이 파행되고 있다. 국회법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 달 2일까지 예산안을 본회의에서 처리해야 한다. 여야는 올해 휴일 등을 고려해 오는 30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키로 합의했다. 처리하지 못할 경우 정부 예산안 원안이 자동 상정된다. 그러나 처리 시점을 불과 2주 남겨둔 상황에 야당이 국회 일정을 전면 거부하면서 예산안 전체 심의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문제는 촉박한 시간 탓에 예산안 졸속처리가 예상된다는 점이다. 야당이 보이콧을 철회하더라도 열흘 남짓한 기간동안 예결소위·예결위 종합심의·본회의 처리 등을 거쳐야 한다. 예결위원조차 내용을 미처 숙지하지 못한 채 급하게 넘길 공산이 크다. 만일 여야가 예산안을 연내에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는 올해 예산을 기준으로 ‘준예산’을 편성하지만 헌정사에서 준예산이 편성된 적은 없다.
더군다나 여야는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조정소위(예결소위)도 구성하지 못했다. 예결소위란 각 상임위 별로 제출한 예산안을 한데 모아 구체적인 증·감액 심사를 하는 기구다. 현재 여야는 예결소위 정원을 두고 ‘샅바싸움’을 벌이고 있다. 여당은 비교섭단체 1석을 포함한 16석을, 야당은 관례대로 15석으로 꾸리자고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회 예산전문가 양성하고 일년 내내 예산 심사해야
이처럼 예산안이 볼모로 잡히는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현재 상설 특별위원회로 운영되는 예결위를 일반 상임위원회로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예결위원의 임기는 상임위원의 절반인 1년에 불과하나, 인원은 상임위의 두 배 수준인 50여명이다. 다른 상임위에 적을 둔 의원들이 ‘벼락치기’로 지역구 예산따는 것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위가 아닌 일반 상임위로 전환해 책임있는 ‘예산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원희 한경대 행정학과 교수는 “예산 심의과정을 보면 1차로 상임위에서 심사를 해도 예결위로 올라가면 다시 새롭게 이뤄진다”며 “현 상태로 예결위를 계속 운영한다는 것은 쪽지예산을 활용하라는 이야기 밖에는 안된다”고 꼬집었다.
한시적으로 예결위가 운영되는 현 구조에서는 거시 경제정책을 고민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궁극적으로는 국가 장기발전을 크게 저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국회는 거시경제를 들여다보는 곳이 없다”며 “의원들이 다들 주요 상임위가 따로 있어 예산의 총량과 부문별 한도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고 우려했다.
예결위가 일반 상임위 형태로 운영되면 감시기능도 크게 강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박 교수는 “각 부문별 예산한도가 결정되면 예산이 초과했는지 그렇지 않았는지가 뚜렷해지고 서로 견제와 다툼이 벌어질 수 있기에 훨씬 투명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