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조철현 건설부동산부장] 지난 4월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서울 주택시장이 최근 다시 들썩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7주째 오름세다. 지난 주에는 0.15% 올라 4개월 여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나타냈다. 강남은 물론 강북에서도 최고가를 갈아치우는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시장에선 문재인 정부 들어 잇달아 내놓은 부동산 대책의 약발이 다한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다급해진 정부는 추가 대책을 예고하고 나섰다. 그런데 꺼내들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다.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확대 지정 정도다. 재건축 임대주택 의무비율 확대나 재건축 가능 연한 연장(30→40년)도 거론된다. 모두 수요 억제책들이다.
시장 반응은 싸늘하다. 시중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주택 수요를 억누르기만 해선 집값 안정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규제 일변도 대책이 득보다 실이 더 컸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참여정부 때 경험했다. 노무현 정부는 대책 발표 후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오르면 추가 대책을 내놓는 패턴을 반복하며 정권 내내 부동산시장과 씨름했다. 그러나 끝내 집값을 잡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새로운 규제가 나오면 그때만 집값이 반짝 주춤하다가 다시 꿈틀거리는 양상을 되풀이하고 있다.
8·2 부동산 대책 효과만 봐도 그렇다. 8·2 대책은 ‘부동산 규제 종합세트’로 불렸지만 집값 안정은커녕 부작용만 키웠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양도세 중과 등 다주택자에 대한 ‘핀셋 규제’가 되레 ‘똘똘한 한 채’를 가지려는 수요를 자극하면서서울과 지방 집값 격차만 더 벌려놓았다.
재건축 조합원 입주권 및 분양권 전매 금지와 임대사업자 등록제는 ‘매도’를 틀어막으면서 시장에 주택 매물이 자취를 감추는 결과를 초래했다. 수요는 꾸준한데 매물이 씨가 마르다 보니 집주인이 부르는 게 값이 되고, 그런 매물이 팔리면 시세가 껑충 뛰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전언이다.
부동산은 정부가 몽둥이로 때려잡는다고 잡히는 물건이 아니다. 시장의 내성만 키워줄 뿐이다. 예전에는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한다면 시장에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는데 이제는 정책에 내성이 생겨 웬만한 것은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우리 동네를 투기지역으로 지정해달라고 부탁할 정도다. 그래야 집값이 더 오르니까. 이런데도 정부는 효과가 뻔한 규제 대책을 다시 꺼내들 태세다. 한심할 따름이다.
집값을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시중 여윳돈이 흘러들어갈 수 있는 물꼬를 터주고 수요가 몰리는 곳에 주택 공급을 늘리면 된다. 아울러 인프라 불균형도 해소할 필요가 있다. 서울 강북과 수도권에도 강남 수준의 주거·생활·교육 인프라가 많이 깔려야 한다는 얘기다. 그래야 수요 분산으로 인해 집값 상승 진원지 역할을 하는 강남 주택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정부는 추가 규제책 마련에 고심할 게 아니라 보다 정교한 주택 공급 및 기반시설 구축 방안을 강구하는 데 힘을 쏟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