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상황에서 서울시는 이달 여름 휴가시즌을 감안해 월 2회 열리는 도시계획위원회와 도시·건축공동위원회를 각각 단 한 차례만 열기로 했다. 복수의 강남권 재건축 조합 관계자는 “환수제 시행 시기가 5개월 앞으로 다가오면서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피가 마르는 상황인데 정작 재건축 심의를 하는 서울시는 천하태평하게 느긋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
강남 부촌 1번지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에선 조망권과 대지지분이 새로운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전체 압구정아파트지구 중 한강 조망권이 가장 뛰어난 현대1·2차 단지 내에 역사문화공원(2만6000㎡) 조성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민 반발이 거센 상황이다. 윤광언 구현대 올바른재건축준비위원회 위원장은 “주민 동의를 전혀 구하지 않고 공공성만을 내세워 한강변 바로 앞 단지에 공원을 조성한다는 서울시 구상은 명백히 사유재산을 침해하는 행위”라며 “해당 공원을 동호대교 남단 서쪽으로 이전하고, 이에 따른 25m 광폭도로 시설 건립 계획을 변경하지 않는다면 주민 반대에 부딪혀 재건축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또 당초 압구정역 근처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해 최고 40층의 주상복합 건물을 지을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주변 교통 체증 악화 등을 이유로 내세워 용도지역 종상향 계획을 전면 취소했다. 서울시는 관계자는 “이달 중 본회의에서 동호대교 남단에 있는 5거리를 4거리로 만들어 교통 체계를 바뀌는 안을 논의할 예정이지만 조합 측 주장대로 용도지역 종상향으로 초고층 건물을 건립하는 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재건축 이후 조망권을 둘러싼 주민들 간 갈등도 커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강변에 인접한 현대1·2차 전용면적 196㎡형은 시세가 최고 38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같은 평형대이지만 압구정역 4거리에 붙어 있는 현대6·7차(전용 196㎡)는 37억원 수준이다. 인근 S공인 관계자는 “현대 6·7차가 대지지분도 더 넓고 용적률도 낮아 사업성이 좋은데도 한강 조망이 쉽지 않다는 이유로 최근 시세가 역전됐다”며 “한강 조망권을 확보할 수 있는 동·호수 배정에 대한 단지별 의견이 엇갈려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는 신설 초등학교 부지 문제가 변수로 떠올랐다. 조합 측이 제출한 정비계획안에 따르면 잠실5단지는 현재 일반주거지역인 잠실역 근처 부지를 준주거지역으로 상향해 최고 50층짜리 주상복합 6개 동과 호텔·오피스텔로 구성된 40층짜리 건물 1개 동 등 초고층 건물 7개 동을 짓기로 했다. 기부채납 비율은 3종 일반주거지역에는 15%, 준주거지역은 15%다.
조합은 또 재건축 단지 내 기부채납 명목으로 중학교 1곳과 초등학교 2곳을 제공할 예정이었지만, 서울시는 초등학교를 1곳으로 줄이라며 제동을 걸었다. 학교 부지 기부채납 비율이 높아 임대주택 및 도시기반시설 등이 축소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교육청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건축 이후 전체 가구 수를 고려해도 초등학교는 1곳으로 충분할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달 열릴 도계위에서 이에 대해 집중 논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서울시의 ‘최고 층수 35층 규제’에도 사업성을 위해 꾸준히 49층 건립을 주장하고 있어 재건축 사업이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조합 측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속한 은마아파트 정비구역(총 면적 24만3552㎡) 중 학여울역 인근 1만㎡를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전체 30개동(유치원·어린이집 각 1개동) 중 35층을 초과하는 동수는 16개동(49층 4개동), 35층 이하는 12개동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기부채납 비율은 7.6%(총 면적 1만9947㎡)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단지 내 도로와 광장 및 어린이공원, 치안센터 건립 등 기부채납 부문 적정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용도지역 종상향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