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목멱칼럼]한국의 젊은 변호사들을 해외 수출하자

이민주 기자I 2017.07.10 06:00:00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코 드물지 않은 요즘 젊은 변호사들의 현실을 소개한다. 어릴 적부터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분위기가 공부 잘하면 문과는 법대, 이과는 의대였다. 특별한 고민 없이 법대로 진학해서 사법시험을 준비하였다. 단번에 붙을 것 같던 시험은 거듭 좌절만 안겨 주었다. 그러던 중 로스쿨이 도입되었다. 불안하지만 몇 번 더 사법시험에 응시할지, 아니면 좀 더 안전하게 로스쿨로 진학할지 고민했다. 높은 등록금을 내고 법대 4년과 사법연수원 2년 동안에 익혀야할 것을 3년 만에 마쳐야 하는 살인적인 학사일정을 거쳤다. 절반 가량이 떨어지는 변호사시험도 어렵게 통과하였다.

판검사임용도, 법률사무소 취업도 어려워 로스쿨 동기들 몇 명이서 은행에 대출을 받아 사무실을 차렸다. 공동으로 직원 한명을 고용해서 사무실을 운영하는데, 수임건수는 월 평균 2건이 채 되지 않는다. 사무실임대료와 각종 비용을 공제하고 나면 한 푼도 집에 가져갈 수입이 없다. 오히려 변호사가 되기 전에 모아놓은 돈을 사용하거나 집에 손을 벌려야 할 지경이다. 내가 이럴려고 그 어려운 공부를 해서 변호사가 되었나 하는 자괴감이 든다.

변호사 1만 명이 되는데 100년이 걸렸는데 이제는 7년이면 1만 명 씩 변호사가 쏟아져 나온다. 변호사의 문턱이 높다는 말은 이제는 정말 소수의 전관들에게나 해당하는 말이다. 최근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2019년부터 ‘형사공공변호인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국가가 공무원으로 임용한 변호사를 피의자의 변호인으로 임명하여 수사단계부터 재판단계까지 형사소추의 전 과정에 걸쳐 국가의 비용으로 변론서비스를 제공하자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피의자에게 수사단계부터 공공변호인을 제공하여 국민의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겠다는 취지는 공감한다. 다만 운영주체와 방법에 대하여는 문제점이 많다.

공공변호인을 각 수사기관에 배치하고, 신설되는 기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것이고 이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가게 된다. 검찰권의 행사를 견제한다는 도입취지도 설득력이 없다. 현재 법원 주도의 국선변호제도에 대하여도 법원이 선임한 국선변호인이 법원의 눈치를 보느라 국민을 위하여 제대로 된 변호를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행정부 소속 공공변호인이 행정부의 하나인 검찰권을 제대로 견제할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심각한 것은 공공변호인이 담당하는 사건은 결국 요즘 너무도 어렵게 사무실을 운영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것이다. 문제가 되는 전관 출신 변호사들은 공공변호인과는 시장이 겹치지 않는다. 젊은 변호사들은 불과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임료를 받으면서 변론을 하고 있다. 국가에 채용된 소수의 공공변호인들은 결국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낮은 수임료를 지급하는 의뢰인들의 사건을 수임하는 젊은 변호사들의 시장을 잠식하게 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강조하는 일자리 창출에서 국민인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 창출 역시 간과되어서는 안된다. 국가가 시장에서 어렵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젊은 변호사들의 일자리를 빼앗아서야 되겠는가.

이제 국내의 좁은 시장에서 세계로 눈을 돌려야 한다. 올해 법률시장이 개방되었다. 법률시장이 개방되었다는 것은 우리뿐만 아니라 상대국의 법률시장도 열렸다는 것이다. 국가는 우리의 우수한 젊은 변호사들이 외국 법률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는데 관심을 가져야한다. 더 나아가 국제기구로의 진출을 위한 지원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국제연합(UN)을 비롯하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국제해사기구(IMO) 등 법률전문가가 진출할 국제기구가 많다. 국가가 조금만 지원한다면 우리의 우수한 젊은 변호사들은 아마 날개를 달은 듯이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닐 것이다. 좁은 국토, 한정된 자원을 극복하고 세계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 이제는 우수한 인재들임이 분명한 젊은 변호사들을 세계로 수출하여야 한다. 무한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찬희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주요 뉴스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상업적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