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금자리론 ‘정조준’…“투기 수요 잡는다”
이번 방안의 핵심은 보금자리론에 대한 요건 강화다. 소득 요건 신설(부부합산 연소득 7000만원),주택가격 하향(9억원→6억원), 대출한도 하향(5억원→3억원) 등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그동안 서민 취약계층보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계층에서 보금자리론을 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정책 모기지 3종 세트 가운데 보금자리론에 집중해 ‘메스’를 댄 것은 바로 실수요 지원 강화의 이면에 있는 투기 수요를 잡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실제 올해 대출 이용자 분포를 보면 보금자리론을 받은 대출자 가운데 연소득 7000만원 이상 차입자에 대한 대출금이 전체의 25%를 차지했다.
올해 정책 모기지 공급량은 41조원으로 지난해(31조원) 대비 32%나 늘었다. 8·25 가계부채 대책 이후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증가세는 둔화한 반면 주택금융공사 정책 모기지의 증가 폭은 오히려 확대됐다. 지난달 말까지 은행권에서 판매한 주택금융공사의 모기지 판매 비중은 29%에 달한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5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보금자리론은 대출 조건이 관대한 데다 금리가 일반 대출상품보다 낮다는 이점이 있다.
도규상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은 “소득요건이 없고 주택가격 기준도 높아 고소득 자산가들도 이 상품을 이용한다”며 “서민층 실수요자에게 공급되도록 개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대출 요건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 처분 기준을 강화한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대 3년인 일시적 2주택 허용기간 내에 주택 처분기한을 대출 약정 때 선택하도록 하고 이를 지키지 못하면 최대 0.4%포인트의 가산금리를 부과한다. 일종의 ‘패널티 금리’인 셈이다. 현재는 3년 동안 2주택을 보유할 수 있어 낮은 금리의 보금자리론을 받아 시세 차익을 목적으로 집을 사는 투자 수요가 많았다는 해석이다.
◇내 집 마련 실수요자, 자금조달 부담 가중
정부와 금융당국은 제도 요건 강화로 대상자와 대출금이 줄 것으로 예상한다. 그 규모는 연간 3조원 가량 될 것으로 추산한다. 연소득 7000만원(부부합산)이면 소득 8분위(80%)까지 포함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지만 실제 실수요층의 체감도는 더 낮을 것이란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벌써 해당 실수요층에서 볼멘소리가 나온다. 내년 1분기(1∼3월)에만 8만여 가구의 입주가 시작되는데 정책 모기지를 통해 자금줄을 대려던 실수요자로서는 대출받기 더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은행권 여신심사가 빠르게 강화하는 추세에서 지금까지 정책 모기지가 수요자의 숨통을 열어줬다”며 “주요 대도시에서 신축 갈아타기나 내 집 마련을 희망하는 중산층은 은행권의 여신심사 강화에 대응해 정책 모기지를 활용해 보려던 계획을 이루기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도 “서울 웬만한 지역에서 전용면적 85㎡만 해도 6억원을 넘어서는 곳이 많은데 이렇게 요건이 강화되면 실수요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다”며 “정책대출 요건을 강화하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지만 은행도 전반적으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도입 등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 더욱 부담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책이 가계부채 관리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투자수요가 줄어든 부동산 시장이 당분간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한다.
▶용어설명 적격대출·보금자리론·디딤돌 대출
적격대출이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은행이 확보한 대출 채권을 모아 모기지담보부증권(MBS)으로 유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한 장기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이다. 보금자리론은 적격대출과 마찬가지로 주금공이 공급하는 장기고정금리 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적격대출은 자격 대상이나 주택에 제한이 없지만, 보금자리론은 무주택자 등 서민들이 소형주택을 살 때만 받을 수 있다. 디딤돌대출은 무주택 서민의 주택 구입을 돕기 위한 장기·저리·고정금리·분할상환 주택담보대출이다. 보금자리론과 적격대출보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소득요건 주택가격, 대출한도, 주택 면적(85㎡ 이하)등에서 여러 제약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