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영환 김상윤 기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 대표가 지난 4일 발의한 상법 개정안은 대기업 대주주들의 권한을 분산시키려는 것이 골자다. 상법 개정이 ‘기업 옥죄기’라는 세간의 우려에 김 대표는 “기업을 풀어주고 공정한 경쟁을 하는지를 감시하자는 것”이라고 말했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최악의 경우 경영권을 잃을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지난달 발의하려던 개정안을 참여 의원의 수를 늘리기 위해 4일로 늦추면서 상법 개정에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상 더민주의 1호 법안인데 박지원 정동영 국민의당 의원은 물론, 김세연 새누리당 의원까지 참여해 120명의 의원이 이 법안에 서명을 했다. 정부여당과 재계에서도 마냥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됐다.
“집중투표제·감사위원 분리 선출, 경영권 잃을수도”
재계의 우려가 가장 큰 법안은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출이다. 전문가들도 두 법안이 서로 충돌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인정하고 있다.
집중투표제는 소액주주권 보호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제도로, 2명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주당 이사수와 동일한 수의 의결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누적투표제’라고도 말한다. 예컨대 이사 3명을 선임한다면 주당 3개의 의결권을 부여한다. 이는 3명의 이사를 선출할 때 1주를 가진 주주의 의결권은 3주가 된다는 계산이다.
이 의결권을 후보자 한 사람에게 집중적으로 행사한다면 보유 주식이 적은 소액주주라도 원하는 이사진을 선임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 예를 들어 30%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부세력이 연합한다면 4명의 이사 중 적어도 1명의 이사는 ‘자기 사람’으로 심을 수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말 그대로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하자는 것이다. 현행 상법상 대규모 상장회사는 주총에서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을 선임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증권거래법에서 최대주주 등이 소유하는 3% 초과 주식에 관해 ‘사외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에 있어 의결권을 제한해 둔 데 있다. 개정안은 이를 사외이사의 경우에도 포함하고 있어 감사위원 선출에 3%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감사위원만 따로 선출할 경우 외부 세력의 입김으로 전원 ‘반(反) 대주주파’가 선출되는 것을 지켜봐야만 한다.
송원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7명의 이사진 중 예를 든 것처럼 감사 1명과 이사 3명이 바뀌면 모두 4명이 교체돼 경영권 획득이 된다”며 “우리나라 경제구조에서 지주회사 대기업의 2대 주주는 투기·헷지펀드다. (경영권 방어와 관련된) 우려가 큰 개정안”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김성조 한성대 무역학과 교수는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 선임은 서로 충돌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다만 대부분 업체가 1년에 뽑는 감사위원이 1명으로 감사위원 1명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이사회가 바뀌지는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사례를 보더라도 외국인 투자자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이사회를 바꾸려는 케이스가 별로 없다. 경영을 잘하면 이사회를 바꾸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며 “재계에서 걱정한다면 감사위원 분리제도는 빼고 집중투표제만 시행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외국 투기 자본에 먹잇감될 것”
상법 개정안은 이 밖에도 기존 경영진의 영향력을 축소시켜 효율성을 떨어뜨릴 제도가 많다고 재계는 보고 있다. 특히 국내외 경기악화로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시점에서 투기적 외국계 펀드의 기업경영 간섭을 초래해 국내 경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주주의 의결권 참여를 높이기 위해 시행되는 전자투표제의 경우 전세계에서 칠레, 멕시코, 러시아 3개 국가에서만 의무화하고 있다. 법으로 이를 강제하는 국가는 없다시피한 셈이다. 위법에 따른 자회사의 손실로 모회사가 손해를 입었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에는 외국계 투기 자본이 악의적 소송을 반복하고 하락한 회사 주식을 매집한 뒤 소송을 취하하는 식으로 단기차익을 노릴 여지가 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정책실장은 “이번 법안은 대주주의 재산권과 경영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기업이 경영권 방어를 위한 과도한 자금 투입에 나설 경우 결국 중장기 성장 동력을 훼손해 국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