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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불신이 부른 중개업의 위기

정다슬 기자I 2016.02.12 05:30:00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트러스트부동산과 관련해서 가져야 할 위기의식’

공인중개시험을 준비하는 이들이 모인 인터넷 카페에 올라온 한 게시글의 제목이다. 최근 공인중개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는 변호사가 ‘트러스트부동산’이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공인중개업에 진출했다. 현행법상 부동산 중개업무는 공인중개 자격증을 가진 자만 할 수 있지만, 트러스트부동산은 중개 보수(옛 중개수수료)를 받지 않고 법률자문 보수를 받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연히 이를 두고 업계의 비판이 쇄도하는 가운데, 이 게시글은 트러스트부동산을 단순히 위법 여부로 판단할 것이 아니라 부동산중개의 패러다임 변화와 소비자의 불만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건설사와 부동산 시장을 취재하는 기자 입장에서 볼 때 공인중개사는 누구보다 전문성이 있는 취재원이다. 복잡한 부동산 권리분석 노하우를 가지고 있으며 지역 개발 이슈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터줏대감’이기도 하다. 그런 상황에서 대다수 개인에게 가장 큰 자산인 부동산 거래의 안정성을 담보하는 대가로 보수를 지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공인중개협회의 반발에도 지난해 대다수 지자체가 조례 개정을 통해 중개 보수 상한선을 내린 것에서 볼 수 있듯 여론은 이 대가를 비싸다고 인식하고 있다. 서비스에 대한 대가에 인색한 한국인들의 특성으로도 볼 수 있겠지만, 그 보다는 공인중개업 서비스에 대한 불신이 그 바탕에 자리잡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여기에 트러스트부동산뿐만 아니라 ‘직방’, ‘다방’ 등 다양한 모바일 부동산앱 등장으로 개업 공인중개소 9만여명은 좋든 싫든 경쟁의 한복판으로 내몰리고 있다.

올해로 경력 10년째인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트러스트 논란에 대해 “무자격자에게 자격증을 대여하거나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처럼 메뚜기 같은 일부 공인중개사의 불법적 영업 행태가 업계 전체의 신뢰를 추락시켰다”면서도 “그러나 다양하고도 복잡한 고객의 요구에 응대하며 신뢰 관계를 구축한 양심적 공인중개사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의 말에 기대를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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