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이데일리 이준기 기자] 미국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미국 국무부(펜타곤)를 찾은 건 한미동맹 공고화 행보의 정점이라 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역대 대통령 중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2011년 10월 펜타곤 방문에 이어 두번째일 정도로 매우 드문 케이스다.
먼저 지난달 초 중국 텐안먼 성루에 올라 전승절 기념행사에 참관한 이후 극에 달했던 워싱턴 일각의 ‘중국 경사론’을 희석시키겠다는 계산이 깔렸다. 여기에는 북중관계가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식을 계기로 빠르게 복원된 점도 일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대선정국에 돌입한 미국의 일부 대선후보들까지 한국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하면서 더 공고한 한미동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와 함께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면서 북한이 아직 포기하지 않은 장거리미사일 발사나 4차 핵실험을 완전 봉쇄하겠다는 의지도 담겼다는 분석이다. 도발에는 ‘단호한 응징’을 통해 진압하겠다는 의지를 사실상 대내외에 선포한 셈이기 때문이다.
◇“北에 상당한 압박 전해질 것”
박 대통령의 이날 한미동맹 행보는 군사안보 동맹에 방점이 찍혔다. 박 대통령은 펜타곤에서 애쉬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 등 안보분야 최고위급 인사들을 접견하고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문제와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이행, 한·미 사이버 안보 및 우주분야 협력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앞서 펜타곤의 심장인 ‘탱크룸’에서 카터 장관의 브리핑도 받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은 북한에는 상당한 압박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대동한 만큼 한국형 전투기(KF-X) 기술이전 문제 등 민감한 군사·안보현안에 대한 논의가 오갔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대통령은 펜타곤 방문 이후 조셉 바이든 미국 부통령의 초청으로 부통령 관저에서 오찬을 함께하고 한미 동맹의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북한의 도발 억지 및 비핵화 등 양국 간 대북공조방안을 논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미 부통령과의 오찬 협의는 한미동맹의 각별함을 대내외에 과시하는 한편, 다방면에 걸친 의견 교환을 통해 한반도·동북아·글로벌 차원에서 양국 간 소통과 협력을 한층 더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은 또 국제관계에 정통한 미국의 3대 싱크탱크로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를 찾아 미국의 여론 주도층을 대상으로 우리의 외교·안보 정책을 연설했다. 연설에 앞서 햄리 CSIS 소장과 리차드 아미티지 전 미국 국무부 부장관, 브레진스키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과는 별도 환담을 했다.
◇“中경사론 희석 상징적 장면”
이러한 박 대통령의 행보는 전날(14일) 마지막 일정으로 워싱턴 D.C. 멜론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한미 우호의 밤’ 만찬 행사에 참석, “한국은 미국이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강조하며 이어간 한미동맹 공고화 행보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한국에는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는 속담이 있는데 한·미간의 우정과 인연은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자리에는 존 케리 미 국무장관, 척 헤이글 전 국방장관, 애브릴 하인즈 백악관 국가안보부보좌관 등 버락 오바마 행정부 전·현직 외교안보 핵심인사들은 물론 미국 정부와 의회, 싱크탱크, 학계 및 언론계의 여론주도층 인사 등 모두 600여명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연설 동안 모두 16번의 박수를 보냈고, 연설 직후에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굳건한 한미동맹에 대한 박 대통령의 의지가 미국 외교안보 핵심부에 가감없이 전달된 것”이라고 했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에 대해 미국은 내심 탐탁지 않게 바라본 것은 사실”이라며 “박 대통령의 펜타곤 방문 등 일련의 행보는 ‘중국 경사론’을 불식시키는 상징적 장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교소식통은 “미국이 박 대통령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많이 바뀌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