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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Y, Why Not?]②기업 `불편`을 팔아 개성을 키운다

임현영 기자I 2015.09.11 05:00:00

이케아, 판도라 대표적인 글로벌 DIY 기업
기존 기업들도 소비자 맞춤 제품내세운 마케팅 전략
DIY산업 성공가능성? 아직 낯설어vs개성중시 사회

사진은 지난해 말 오픈한 이케아 광명점 모습.(사진=한대욱 기자)
[이데일리 임현영 기자] ‘나만의 OOO’을 만들고 싶다는 욕구를 적용한 DIY(Do It Yourself)산업이 주목받고 있다. 사실 한국에 늦게 상륙한 편이다. 이미 이케아, 판도라 등 전 세계 셀프족을 겨냥한 DIY브랜드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뒤늦은 유행을 타고 그동안 ‘기성품’을 판매해 온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에도 DIY콘셉트가 번지고 있다.

하지만 DIY산업이 반짝 유행에 그칠 지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팽팽히 나뉜다. 소비자가 직접 만드는 방식이 아직 한국 소비문화에 낯설다는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과 개성을 중시하는 시대를 맞아 DIY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잡을 것이라는 낙관론도 있다. 3시간 투자해 3년 이상 즐길수 있는 나만의 DIY는 10대부터 60대까지 전 세대가 열광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에서는 1000여 가지 비즈를 조합해 원하는 디자인의 목걸이 또는 팔찌 등을 만들 수 있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DIY 브랜드는 스웨덴 가구업체 이케아(IKEA)다. 이케아의 핵심은 ‘불편을 판다’는 점. 이케아는 가구 자체의 가격을 낮춘 대신 소비자들은 가구를 직접 운송하고 조립하도록 했다. 가구 가격은 저렴할지라도 배송 혹은 조립하는데 드는 돈과 시간을 생각하면 다른 차원의 비용이 더 드는 셈이다.

하지만 전 세계 소비자들은 이케아가 제공하는 ‘불편’에 열광했다. 전 세계 42개국에서 345곳 이상의 매장을 운영 중이며 방문 인원만 연간 5억명이 넘는다. 지난 2014년에는 한국에 첫 매장을 냈으며 앞으로 2호, 3호점을 낼 계획이다.

덴마크 주얼리 브랜드 판도라는 ‘전 세계 하나뿐인 맞춤 주얼리’라는 콘셉트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판도라에서는 14K, 18K 골드와 사파이어 등의 보석과 별자리, 이니셜 등의 디자인 비즈를 조합해 고객이 원하는 주얼리를 만들 수 있다. 1982년 10평 남짓한 작은 주얼리숍으로 시작했지만 현재까지 세계 50여개국에서 6300만개의 주얼리가 팔려나갔다.

이 처럼 DIY산업이 커가면서 이를 활용한 마케팅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최근 소비자들이 디지털 키오스크(터치 스크린)를 통해 24가지 재료를 직접 선택해 골라 먹을 수 있는 시그니처 버거를 출시했다. ‘획일성’의 대명사로 불리는 햄버거까지 DIY열풍에 동참한 것이다.

도미노피자는 소비자가 원하는 토핑과 소스 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마이키친’을 선보였다. 제일모직이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라베노바’ 역시 소비자 기호에 맞게 클러치백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소득이 증가하고 여가 시간이 많아질수록 DIY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라며 “이를 대세로 판단하고 패션, 식·음료 등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발 빠르게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DIY산업이 잠깐 유행에 그칠 지 아니면 또 하나의 시장을 만들어 낼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린다. 아직 대세로 평가하기 이르다는 쪽에서는 DIY산업이 아직 낯설다는 점을 걸림돌로 지적한다. 실제로 DIY콘셉트의 세계적인 생활용품 기업 ‘비앤큐(B&Q)’는 한국 진출 2년 만인 지난 2007년 조기 철수했다. DIY에 익숙지 않은 국내 고객심리 파악에 소홀했기 때문이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소비자들은 불편한 것을 낯설어하는 데다 인구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접근이 쉬운 유통망을 선호 한다”며 “B&Q와 월마트가 국내 진출에 실패한 것도 비슷한 맥락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취향이 다변화되는 추세라는 점은 DIY산업의 발전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공장에서 수 백개씩 찍어낸 기성품보다 세상에 하나뿐인 나만의 개성이 담긴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장기 불황으로 비교적 저렴한 DIY제품을 구입해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개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잡는 소비자가 증가할 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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