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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내 면세시장 총 매출 가운데 절반가량인 4조3500억원이 서울시내 면세점 6곳에서 나왔고, 이중 45%에 달하는 2조원을 롯데면세점 소공점 한 곳에서 올렸으니 ‘황금빛’ 낙관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모든 면세점이 기업들에 황금알 수익을 안겨주는 것은 아니다. 면세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실제 면세점 사업으로 거액의 수익을 올리는 업체는 1, 2위 기업인 롯데와 호텔신라(008770) 두 곳 정도에 불과하다”고 면세점 사업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1962년 김포공항 출국장에 처음으로 면세점이 들어선 이후 여러 기업이 면세점 사업에 도전했지만 버텨내지 못하고 문을 닫은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1986년 아시안게임, 1988년 서울올림픽 등 대형 국제행사를 전후로 외국인 관광객의 쇼핑을 활성화하기 위해 시내면세점을 대폭 늘렸다. 그 결과 당시 시내면세점 수는 29개까지 늘었으나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면세점은 12곳에 불과하다. 생존확률 40%. 30년 사이 17개 면세점이 자취를 감췄다. 어렵게 살아남은 기업들도 재정악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수천억 초기 투자금에 고가 명품 선매입 판매
국내 대표적인 유통 대기업인 신세계(004170)도 면세 사업에선 고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부산 파라다이스 면세점 지분을 인수하면서 면세업계에 발을 디딘 신세계는 이듬해 김해국제공항 면세점 운영권을 따내며 면세업계에 보폭을 넓혔지만 과도한 임차료에 발목이 잡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세계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는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159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면세점 운영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업의 특수성에 있다. 면세점은 기본적으로 사업자가 물건을 선 매입해 파는 구조다. 팔지 못한 물건은 고스란히 재고로 남아 창고에 쌓인다. 세금이 면제된 상품으로 면세구역 이외의 장소에서 덤핑 처리도 불가능하다. 판매하는 물건 대부분이 고가의 명품이기 때문에 재고 부담은 더하다. 극단적으로 업계에서는 재고 관리 능력이 면세점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다른 특수성은 철저하게 ‘규모의 경제’가 지배하는 시장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고가의 브랜드들과 가격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면 상품매입 규모가 커야 하고, 그렇게 되면 구입가를 낮출 수 있어 수익 창출에 유리하다.
업계 1위인 롯데는 서울 소공점, 잠실점, 코엑스점 등 서울 시내에 3개를 비롯해 부산, 제주에 각 1개씩 총 5개의 시내면세점을 운영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4개 구역에 김포 등 공항면세점을 포함하면 모두 10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서울 장충점, 제주점 등 2개 시내면세점에 인천국제공항 3개 구역, 김포, 대구 등 공항면세점을 운영하고 있고 최근 현대산업개발과 손잡고 서울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추가로 획득하며 몸집 키우기에 성공했다.
공항면세점 중에서도 특히 임대료가 비싼 인천국제공항 면세점 입찰에 롯데와 신라 등 1, 2위 업체가 대거 뛰어들었던 이유는 이윤 창출보다는 시장 확대를 통한 ‘바잉파워’ 극대화 차원이 컸다. 듀프리, DFS 등 면세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면세전문기업으로 최근 인수·합병(M&A)을 통해 끊임없이 몸집을 키우는 이유도 다르지 않다. 면세점 사업에 있어서는 규모 자체가 곧 경쟁력이기 때문이다.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사태 때마다 ‘휘청’
위험 요인은 또 있다. 면세점의 주 고객은 외국인 관광객으로 국내외 시장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면세점 사업이 호황을 누리기 시작한 것은 최근 10년 사이의 일로, 한류 열풍에 힘입은 바 크다. 서울 명동 롯데백화점 본점에 위치한 롯데면세점은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으나 지난달 메르스 사태 이후 외국인 관광객이 일본 등으로 발길을 돌리며 매출이 30% 이상 곤두박질쳤다. 업계는 관광산업과 맥을 같이 하는 시장의 특성상 면세시장이 회복하는 데에는 최소 3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모습은 지난 2002~2003년과 2009년에도 연출됐다.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 발병했을 때에는 한진그룹이, 신종플루가 창궐한 이듬해에는 애경(AK면세점)이 적자 누적을 견디지 못하고 면세사업에서 손을 뗐다. 2012년 이후 신규로 특허를 내준 12개 중소·중견기업 중 4곳도 적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발적으로 특허를 반납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눈에 보이는 몇 안 되는 황금알에 현혹돼 위험 요인은 간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라면서 “면세점은 사업권을 따내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몇곱절 더 어려운 사업이다. 대표적인 ‘고 위험 고 수익’ 사업으로 수천억원대 자본력은 기본이고 어느 정도의 몸집을 갖춰야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수익을 내기에 앞서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하는 시장”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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