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 X파일]이재용, 시진핑과 스킨십…대륙 누비며 '꽌시 경영'

이재호 기자I 2015.07.10 05:01:02

재계 대표적 ''중국通''은 누구
박삼구 회장, 한중우호협회 이끌며 인맥 쌓아
최태원 회장, 발로 뛰며 ''우한 프로젝트'' 성사
"中 미래 권력 잡아라"…총수들 발빠른 행보

[이데일리 이재호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은 중국에서도 외국계 기업의 성공적인 진출 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서부지역의 경제개발을 추진하던 중국 정부는 파격적인 세제 혜택을 제공하는 등 통 큰 지원에 나섰고 삼성은 7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로 화답했다.

반면 현대차(005380)가 중국 충칭에 공장을 설립하는 과정은 난항의 연속이었다. 동부지역에 자동차 공장을 유치하려는 중국 정부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하고 서부 진출을 밀어붙이다가 결국 베이징 인근의 창저우에 제4 공장을 짓기로 약속하고 나서야 충칭 진출을 허락받았다.

사회주의 국가 특유의 폐쇄성을 지닌 중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려면 인적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점을 새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중국이 점차 개방 경제 체제의 면모를 갖춰 나가고 있지만 경영 현장에서는 여전히 ‘꽌시(關係)’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내 재계 총수들도 시진핑 국가주석 등 중국 수뇌부와의 교분 쌓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7월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중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삼성전자 전시관을 참관하기 위해 영빈관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 제공
삼성의 차기 수장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중국에서 가장 두터운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는 재계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이 부회장은 중국 내 권력 서열 1·2·3위인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 장더장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과 모두 만난 유일한 인물이다. 특히 지난해 3월 중국 하이난에서 열린 보아오포럼에서 시 주석을 접견한 이후 1년 간 네 차례나 만나며 친분을 쌓았다.

정계는 물론 중국 최대 국유기업 중 한 곳인 CITIC그룹의 창쩐밍 회장, 중국 최대 은행인 공상은행의 장젠칭 회장 등과 잇따라 회동하는 등 재계·금융계 인사들과도 두루 교류하고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도 대표적인 ‘중국통’으로 꼽힌다. 지난 2005년 한중우호협회 회장을 맡은 뒤 10년 이상 협회를 이끌고 있다.

이 기간 동안 후진타오 전 국가주석과 원자바오 전 총리 등 이전 세대 중국 지도층과 폭넓게 교류해 왔으며, 시 주석 집권 이후에는 현 지도층과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실제로 2013년 열린 보아오포럼에 참석한 박 회장은 시 주석이 취임 후 처음으로 만난 외국계 기업인 접견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시 접견단에는 19개 기업만 초청을 받았을 정도로 경쟁이 치열했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최태원 SK(003600) 회장은 중국을 발로 누비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직접 발굴하고 키운 경영인이다. ‘우한 프로젝트’로 불린 시노펙과의 우한 나프타분해시설(NCC) 합작 사업은 한·중 수교 이후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 합작 건으로 유명하다.

2013년 최종 계약 서명식에서 시노펙의 왕티엔푸 사장이 “오늘 이 자리는 최 회장의 진심 어린 노력 덕분에 가능했다”고 소회를 밝힐 정도로 최 회장의 열정은 중국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최 회장 역시 중국 수뇌부와 다양한 경로를 통해 교류하며 공고한 인맥을 쌓아 왔다. 현재 중국 보아오포럼 이사로 활약하고 있는 이 부회장도 최 회장으로부터 이사직을 물려받았다.

중국 내 인맥이 새로운 사업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포스트 시진핑’ 시대를 준비하는 움직임까지 포착되고 있다.

이 부회장과 구본무 LG(003550) 회장은 지난해 비슷한 시기에 후춘화 중국 광둥성 서기와 회동했다. 후 서기는 시 주석의 뒤를 이을 차기 국가주석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기 중국 총리가 유력한 쑨정차이 충칭시 서기는 정몽구 현대차 회장, 허창수 GS(078930) 회장 등과 안면이 있다. 정 회장은 쑨 서기가 베이징 순이구 서기로 재직할 당시부터 현대차 공장 관련 이슈를 공유하며 친분을 쌓았다. 허 회장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 자격으로 쑨 서기와 두 차례 만난 바 있다.

우수근 중국 상하이 동화대 교수는 “중국에서 꽌시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만병통치약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며 “사업 추진 과정에서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지체되는 부분들을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는 정도로 이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2009년 12월 당시 중국 국가부주석 신분으로 방한한 시진핑 주석(왼쪽)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과 만나 환담을 나누고 있다. 금호아시아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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