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지표 '착시효과'..경기회복은 '제자리'

조진영 기자I 2015.04.30 05:25:00
[이데일리 조진영 기자] 한국 경제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일부 경제지표가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착시효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경제가 추세적으로 좋아지는 게 아니라 계절적 요인 때문에 ‘주기적 상승국면’에 놓여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4월 기업경기 실사지수(BSI)를 보면 제조업 업황BSI는 80으로 전월대비 3포인트 상승했다. 1년만에 최고치다. 수치만 놓고 보면 올 초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이 효과를 보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경제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들어섰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년 4월과 5월은 경제심리가 살아나는 시기라는 점에서 착시효과로 보는 게 맞다는 설명이다. 계절적 요인을 고려해 계산한 4월 제조업 BSI는 74로 지난 2월 이후 3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76을 기록한 이후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는 셈이다.

박성빈 한은 기업통계팀 팀장은 “1년을 주기로 보면 기업들의 경기심리는 4~5월에 고점을 찍고 7~8월에 바닥으로 내렸다가 9~10월에 일부 회복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며 “전월대비보다 전년 동기대비로 비교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BSI는 계절조정을 하면 평행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좋아졌다기보다 더 악화되지 않은 정도로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업 중심의 비제조업 업황BSI는 전월보다 6포인트 올라 76을 기록했다. 계절조정 기준으로도 4포인트 오른 74를 기록해 지난해 10월 이후 추세적으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이를 두고 회복 추세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안동현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크기 때문에 비제조업에서 경기 심리가 나아지더라도 전체 심리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은에서는 BSI와 소비자심리지수(CSI)를 합쳐 경제심리지수(ESI)를 만든다. ESI도 전월보다 2포인트 오른 100을 나타냈다. 하지만 순환변동치는 96으로 14개월째 변함이 없었다.

이때 적용되는 구성 가중치도 제조업 45%, 비제조업 30%으로 제조업이 1.5배가량 크다. 소비자심리지수(CSI)는 25% 반영된다. 박 팀장은 “국내총생산(GDP)에 영향을 미치는 비율로 가중치를 반영하기 때문에 제조업에 더 큰 비중이 적용된다”고 설명했다.

숫자 변동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BSI처럼 경제심리를 나타내는 지수는 100보다 크면 긍정적, 100보다 작으면 부정적 응답자가 많은 것으로 해석하도록 설계돼있다. 최희갑 아주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통계적으로 해석할 때 100이라는 기준선을 넘지 않으면 해석할 때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최근 한은이 발표한 CSI도 여전히 세월호 발생 직후인 지난해 5월(104) 수준에 머물렀다. 지난달 101에서 3포인트 올랐지만 경기 회복세라고 하기엔 미약한 상황이다.

최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과 자산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일정 자산가들이 포트폴리오를 이동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현상이기 때문에 국민 경제 전반으로 의미있는 변화가 아니라서 소비자 심리와 연결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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