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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의 인문계 전공자 우대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확산된 문과 출신 홀대 분위기를 깨고, 대기업 채용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몰고 올지 주목된다.
3일 신세계(004170)그룹에 따르면 올해 입사한 대졸사원 신입사원 중 문학·역사·철학(문사철) 등 순수 인문학 전공자와 어문·사회과학 등 인문계 계열 전공자는 전체 신입사원 145명의 43%인 61명에 달했다. 이는 문과중 상대적으로 취업이 잘 된다는 상경계열 전공자 신입사원 수 50여명보다 많은 숫자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인문계(상경계열 제외) 전공자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약 100명의 신입사원을 뽑았는데 이중 절반인 50명 정도를 상경계열 전공자로 채웠다. 어문과 사회과학을 포함한 인문계 전공자의 비율은 30%선에 불과했다. 하지만 올해는 인문계 43%, 상경계 35% 기타 22%로 인문계 전공자 수가 제일 많았다.
신세계그룹서 문사철 등 인문계 전공자 신입사원이 비약적으로 증가한 것은 정 부회장의 최근 행보와 관련이 깊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부터 인문학 전도사를 자처하며 그룹차원서 인문학 강의, 인문학 도서 출간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에는 대학 강단에 서서 “스펙보다는 인문학 소양을 갖춘 인재를 뽑겠다”고 공언하기도 했다.
지난해 삼성 현대차 등 일부 대기업의 계열사는 공학계열 전공자를 대상으로만 신입사원 채용을 진행했다. ‘인문계 출신은 당장 데려다 일을 시킬 수 없다’는 분위기가 재계 전반에 퍼지면서 인문계 출신이 많이 뽑히던 영업·기획·경영지원 분야도 이제는 이공계 출신이 차지하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국 대학 인문계 졸업생의 취업률은 1995년 62.6%에서 지난해 45.9%까지 떨어졌다. 반면 공학계열 졸업생의 지난해 취업률은 66.9%로 인문계열에 비해 20%포인트 이상 높았다.
명문대 출신이라도 인문계 전공자는 채용시장 문턱을 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사회분위기를 반영하 듯 인문계 출신 구직자가 90%가 논다는 ‘인구론’이라는 신조어도 채용시장에 등장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주요 사업 영역이 유통분야다보니 다른 대기업에 비해 인문계 전공자 출신 신입사원 비율이 원래 높기는 했다”며 “다만 지난해 공채의 경우 신입사원 채용시 인문학 소양을 체크할 수 있는 전형을 실시해 관련 전공자 신입사원 수가 더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