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항간에 ‘3대 궁금증’이란 제목으로 ‘박근혜의 창조경제’ ‘안철수의 새정치’ ‘김정은의 머릿속’이란 우스갯소리가 돌았던 적이 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는 창조경제 정책은 그만큼 국민에 와 닿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다행히 최근 들어 창조경제는 서서히 구체적 윤곽을 잡아가는 모습이다. 전국 곳곳에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세워지면서 혁신적 아이디어와 기술이 사업화 기반을 마련하고 있고, 창조경제를 한 축으로 하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국제사회로부터 그 우수성을 공인받았다. 실체가 모호했던 창조경제가 이제 막 파종 단계에 온 셈이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임기가 이제 겨우 3년 남짓 남았다는 데 있다. 창조경제가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키워 열매를 맺기까지 결코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 무엇보다 자양분이 되어야 할 국민적 공감대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국민 대다수는 여전히 창조경제의 개념을 아리송해하고 있거나 아예 관심조차 없다.
이런 점에서 창조경제는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을 떠올리게 한다. 녹색성장 역시 국제사회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한국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을 유치하는 등 전 세계 성장 패러다임을 주도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열매를 맺기도 전에 이 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났다. 국민적 공감대가 부족했기에 정권 교체와 함께 녹색성장은 폐기되다시피 했다.
이 때문인지 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창조경제 성과를 내야 한다는 강박증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난해 창조경제타운 웹사이트를 부실하게 오픈했다가 지적을 받은 데 이어 올해부터 차례로 출범한 전국 17개 시·도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벌써부터 졸속이란 비판을 받고 있다. 청와대의 요청으로 경제단체들이 대기업과 지역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없어 양측 모두 불만이란 얘기가 들린다. 본래 취지와 다르게 중소·중견기업보다 대기업 위주의 사업 모델이란 지적도 있다.
조바심을 낸다고 열매가 빨리 익는 건 아니다. 창조경제가 다음 정부에서도 이어질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한 성장 패러다임이 되기 위해선 국민적 공감대 확산이 가장 중요하다. 튼튼한 줄기를 만들 자양분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씨앗과 토양도 무용지물이기 때문이다. 국민적 공감대가 확산된다면 정부가 시키지 않아도 민간이 자발적으로 나서고 창조경제는 저절로 열매를 맺게 된다. 그 열매를 다음 정부가 수확한들 또 어떤가. 녹색성장처럼 싹이 잘리고 뿌리가 뽑히는 것보단 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