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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기업회계가 엄정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기업 경영자에게는 세금 증가 없이 자금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손쉬운 편법이 있다. 예를 들어 6000만원의 가공인건비를 계상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감추기 위하여 8000만원의 당기비용을 과소 계상하는 일종의 분식회계다. 물론 이는 불법이다. 이러한 이익조정은 외부감사를 받는다면 당연히 감사과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무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설령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탈세를 찾아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6000만원의 가공인건비에 대한 세금을 추징하더라도 8000만원의 비용에 상당하는 세금은 경정청구를 통해 돌려줘야 하므로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자금을 조성하고 분식회계를 한 기업은 이익 과대계상으로 자금조달비용은 줄이면서, 세금도 환급받을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손해는 누가 보는가? 기업이 파산하면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손실을 부담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므로 국민의 세금으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줄이거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서 기업 경영자들이 이러한 편법을 서슴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결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세원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답은 이러한 절세를 위한 일부 기업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2012 국세통계를 보면 법인세 신고대상 법인 중 1%만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단지 4%만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실정이다. 전체법인 중 96%는 회계검증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세금을 줄이기 위해 멋대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나타난다. 잘못된 관행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세무조사를 하거나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의 직접적인 마찰을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납세자인 기업이 스스로 외부감사라는 규제를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회계 투명성과 세원 투명성을 갖추는 중소기업에게 다양한 세제, 세정, 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