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칼럼]비정상적 절세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편집부 기자I 2013.10.07 07:20:00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호랑이보다 무서운 게 세금이라고 했다. 복지 혜택이 풍부해지고 모든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위해서 누구도 세금 내는 것을 피할 수는 없지만, 기업 경영자라면 그래도 세금을 아끼는 정당한 노력은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강성원 한국공인회계사회 회장
일반적으로 과세소득은 당기순이익에서 손금불산입·익금산입 항목을 더하고 익금불산입·손금산입 항목을 뺀 값으로 계산된다. 세법에 따른 세무조정을 고려하지 않는다면 당기순이익이 늘면 당연히 낼 세금도 늘고, 당기순이익이 줄면 반대로 세금도 줄게 된다. 그러나 이와 달리 자금조달비용은 당기순이익에 반비례한다. 이를 간파한 미국 경제학자 마이런 새뮤얼 숄스(Myron S. Scholes)는 세금비용(tax costs)과 비세금비용(non-tax costs)은 상충관계에 있으므로 세무전략 수립 시 경영자들이 세금비용뿐만 아니라 비세금비용도 포함해 총비용(total costs)을 최소화하는 합리적 의사결정이 이뤄진다는 이론을 정립했다. 그러나 이 이론은 손익계산서상 당기순이익이 정확히 계산된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된다.

그런데 기업회계가 엄정하게 관리되지 않는다면 기업 경영자에게는 세금 증가 없이 자금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손쉬운 편법이 있다. 예를 들어 6000만원의 가공인건비를 계상해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를 감추기 위하여 8000만원의 당기비용을 과소 계상하는 일종의 분식회계다. 물론 이는 불법이다. 이러한 이익조정은 외부감사를 받는다면 당연히 감사과정을 통해 밝혀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세무조사를 받기 전까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설령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더라도 탈세를 찾아내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왜냐하면, 과세관청 입장에서는 6000만원의 가공인건비에 대한 세금을 추징하더라도 8000만원의 비용에 상당하는 세금은 경정청구를 통해 돌려줘야 하므로 손해가 되기 때문이다. 결국, 비자금을 조성하고 분식회계를 한 기업은 이익 과대계상으로 자금조달비용은 줄이면서, 세금도 환급받을 수 있는 ‘꿩 먹고 알 먹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최종적으로 손해는 누가 보는가? 기업이 파산하면 은행 같은 금융기관이 손실을 부담하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공적자금이 투입되므로 국민의 세금으로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세금을 줄이거나 비자금 조성을 위해서 기업 경영자들이 이러한 편법을 서슴지 않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그 결과로 이해관계자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입힐 뿐만 아니라 세원 투명성을 떨어뜨리는 등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세원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가? 답은 이러한 절세를 위한 일부 기업의 ‘비정상적’ 관행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2012 국세통계를 보면 법인세 신고대상 법인 중 1%만 국세청의 세무조사를 받고, 단지 4%만이 외부 회계감사를 받는 실정이다. 전체법인 중 96%는 회계검증을 받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세금을 줄이기 위해 멋대로 손익계산서를 작성하는 비정상적인 관행이 나타난다. 잘못된 관행을 정상으로 돌려놓기 위해서는 세무조사를 하거나 외부감사를 받게 하는 방법밖에 없다. 그러나 세무조사는 납세자와 과세당국 간의 직접적인 마찰을 발생시키는 단점이 있다.

결국, 납세자인 기업이 스스로 외부감사라는 규제를 수용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를 위해서는 자발적으로 회계 투명성과 세원 투명성을 갖추는 중소기업에게 다양한 세제, 세정, 금융상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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