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학선 장영은 기자] 수원 팔달구에 사는 최보람(가명·17)양은 학원에서 오던 길에 근처 편의점에 들렀다 발길을 돌렸다. 집근처 편의점에선 1000원에 살 수 있 는 아이스크림을 1600원에 팔고 있었기 때문이다. 최 양은 “편의점끼리도 가격차이가 이렇게 나는지 몰랐다”고 했다.
편의점 아이스크림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불을 당긴 건 세븐일레븐이다. 지난달 25일 설레임, 월드콘, 스크류바 등 아이스크림 7종의 가격을 낮춰 편의점 아이스크림은 비싸다는 선입견을 깼다.
대표적인 게 롯데제과의 ‘설레임’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달 설레임 가격을 16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춘데 이어 최근엔 이 제품의 용량을 10ml 늘려 판매하고 있다. 기업형슈퍼마켓(SSM)이나 동네슈퍼마켓에서 파는 1000원짜리 설레임과 동일한 제품이다.
설레임은 편의점용(160ml)과 슈퍼마켓에서 파는 일반소매점용(170ml)이 따로 있다. 제조사에 따르면 두 제품은 용량만 다를 뿐 원재료와 함량비율에 차이가 없다. 납품원가 차이도 크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도 그간 편의점들은 더 적은 용량의 설레임을 600원 비싸게 판매해 이익을 취해왔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60%나 비싸게 받을 수 있는 제품을 두고 뭐하러 (편의점들이) 싼 걸 판매하겠느냐”며 “편의점 아이스크림 가격에 거품이 끼어있던 셈”이라고 지적했다.
세븐일레븐의 거품빼기는 곧바로 소비자들의 반향을 일으켰다. 최근 3주간 설레임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1.2% 늘었다. CU와 GS25가 각각 43%, 45.2% 늘어난 것에 비해 증가폭이 훨씬 크다.
가격인하의 주도권을 놓친 경쟁사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세븐일레븐이 가격을 내렸을 뿐 아니라 용량까지 늘린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며 ”내부적으로도 고민이 된다”고 털어놨다. 다른 편의점 관계자는 “가격을 낮추면 당장 가맹점주들의 이익이 줄어들기 때문에 섣불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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