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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못잡는 과천 집값.."1억 줄테니 계약깹시다"

조선일보 기자I 2006.11.07 07:26:18

秋風에 불 번졌다 …
추병직 건교 “분당급 신도시” 발언 그 후

[조선일보 제공] “추병직 장관의 신도시 발언이, 한창 타오르던 불꽃에다 기름을 부은 격이 됐습니다. 집주인들이 내년 신도시 발표를 지켜 보겠다며 좀처럼 팔려고 하지를 않네요.”

지난달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큰 폭으로 오른 경기도 과천시. 이 일대 중개업소 사장들은 하나같이 “재건축 추진이란 지역적 재료에다, 과천 인근도 유력한 신도시 후보지 아니겠느냐는 막연한 기대감이 결합되면서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고 말했다. 내년에 ‘분당급 신도시’를 확정 발표하겠다는 건교부의 발표가, 과천 집값 폭등에 일조했다는 분석이다.

◆지난 한 달간 10.2% 상승…전국에서 가장 많이 올라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과천시 집값은 지난 한 달간 무려 10.2%나 급등, 전국 최고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사이 서울에서 가장 많이 뛴 영등포구 상승률이 3.6%였고, 뉴타운 고분양가 여파가 미친 은평구가 3.4% 올랐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그야말로 ‘폭등’ 수준이다. 이러다 보니 계약 해지 사례도 빈번하게 일어났다.

회사원 박모(52)씨도 열흘 전쯤 과천에서 30평대 아파트를 구입하려다 이런 경험을 했다. 아파트를 12억원에 계약하고 1억원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는데 하루 만에 집주인이 ‘1억원 더 줄 테니 해약하자’고 연락해온 것. 최씨는 “계약대로 구입하려고 해도 집주인이 어떻게든 까탈을 부릴 것 같아 그냥 해지해줬다”고 했다.

◆건교부 발표 ‘재건축 단지에 기름 부은 격’

과천의 상승세는 이 지역 아파트들의 재건축 추진 기대감에서 촉발됐다. 과천시 내 아파트 단지는 모두 12개. 이 가운데 지난 9월 2단지가 세 번째로 예비 안전 진단을 통과하면서 다른 단지로 가격 오름세가 번지기 시작했다.

‘쌍용공인중개’ 김영목 사장은 “2단지 가격이 급등하자, 다음으로 재건축 속도가 빠른 6단지 가격이 올랐다”며 “6단지가 뛰면 그 이후에 재건축 추진이 기대되는 단지로 매수세가 몰리는 식이었다”고 했다. 재건축 여파가 지나갈 무렵인 10월 말엔 정부의 신도시 발언이 날아들었다.

우리공인 관계자는 “여러 신도시 후보가 거론되기 시작했고, 검단신도시로는 강남 대체신도시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마치 불에 기름 부은 듯 집값이 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가령 추석 연휴 직전 6억5000만원이었던 2단지 16평형 시세는 한 달이 안 돼 8억원까지 급상승했다. 6,7단지 27평형은 한 달 새 2억 5000만원이 뛰었다.

◆단기간에 올라도 너무 올라…휩쓸리지 마라

이 지역 중개업소들은 한창 공사 중인 11단지가 내년 4월 입주하고, 내후년 3단지가 입주할 때쯤 시세가 또 한번 들썩거릴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특히 내년 상반기 정부의 신도시 발표에 매도자들이 잔뜩 기대를 갖고 있는 분위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과천 집값 역시 단기간에 너무 폭등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부동산114’ 김희선 전무는 “과천 아파트들은 대부분 재건축 초기”라며 “재건축은 안전진단 심사가 까다로워진데다가 소형평형 의무비율제, 개발이익환수제 등 ‘그물망’의 규제를 받고 있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신도시 역시 정부가 인근 지역 집값 폭등을 촉발할 수 있는 곳은 가급적 피하려 할 공산이 크다”며 “무조건적 추격 매수는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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