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혜미 기자] “미국 투자자들은 ‘되는 이유’를 찾아 투자를 결정하지만 한국 투자자들은 ‘안되는 이유’를 찾아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매우 작은 차이지만 투자를 받아야 하는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매우 큰 차이입니다.”
최근 만난 한 뷰티 스타트업 창업자는 요즘 투자사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도 투자유치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했지만 결국 실패했다.
세계적으로 벤처투자시장이 경색됐지만 한국에서 투자받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라는 말이 나온다. 스타트업얼라이언스가 지난 9월 2주간 250명의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의 64. 8%가 지난해보다 올해 스타트업 생태계 전반의 분위기가 부정적이라고 답했다. 부정적인 이유로는 VC의 미온적인 투자 및 지원이 42.7%로 가장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올해 국내에서 탄생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은 사실상 1곳에 불과했다. 2022년을 정점으로 2023년부터 급감하고 있는 것은 물론 일각에선 내년에 아예 유니콘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성장가능성이 큰 많은 스타트업은 벤처→중소기업→중견기업→대기업으로 이어지는 성장사다리의 첫걸음이다. 그러려면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 ‘벤처’(venture, 모험)이라는 사전적 의미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처음부터 미국시장을 목표로 잡아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사업모델을 개발하면서 성공한 사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머신러닝 광고 솔루션 기업 몰로코는 창업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했다. 인공지능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센드버드는 한국에서 외면받았지만 세계 최대 엑셀러레이터인 와이컴비네이터의 투자를 받아 미국에서 날개를 달았다.
투자업계도 업자들이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도전에 나선다는 점에서 좀 더 모험적인 투자를 할 필요가 있다. “한국 VC들은 최대한 안전한 것, 성장이 보장된 것만을 찾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스타트업 창업자의 말이 귓전을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