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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황은 개선된다는데…거세지는 반도체주 '각개전투'

김인경 기자I 2024.06.07 05:30:00

삼성전자, 엔비디아 인증 기대 속 이달 5% 강세
독점 위치 흔들릴까…SK하이닉스는 전달보다 ''주춤''
실적 상관없이 엔비디아發 HBM이 투심 좌우
변동성 확대 속 삼전우+하이닉스 조합 추천도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인증 기대감으로 8만원대를 회복하기 위한 시동을 걸고 있다. 하지만 엔비디아에 제품을 공급해온 SK하이닉스는 선두주자의 위치를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치솟던 주가가 주춤한 모습이다.

그간 수요와 공급 등 업황에 따라 비슷한 흐름을 보여온 반도체 기업의 주가는 시장의 관심사가 인공지능(AI)과 그 핵심인 ‘엔비디아’에 쏠리며 기업별 각기 다른 주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엔비디아와 협력에 따라 주가 방향과 상승 폭이 달라지는 모양새다. SK하이닉스와 오랫동안 손잡아온 한미반도체 역시 이달 들어 독점권을 둘러싸고 변동성을 확대하고 있다.

◇젠슨 황 한마디에 …희비 갈리는 삼성전자-하이닉스

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5일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보다 2100원(2.79%) 오른 7만 74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3거래일간 5.31% 오르며 같은 기간 코스피의 상승률(2.01%)을 웃도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함께 반도체의 한 축을 맡은 SK하이닉스(000660)는 5일 0.21% 오른 19만 37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의 상승률(1.03%)보다도 못한 성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이달 들어 2.38% 오르는데 그치며 삼성전자와 대비 약세를 나타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같은 반도체주이지만 두 종목의 주가는 HBM을 둘러싸고 ‘라이벌’ 구도가 부각하며 전혀 다른 흐름을 보이고 있다. HBM은 디램(DRAM)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RAM보다 훨씬 빠르게 처리할 수 있게 만든 반도체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이 분야에서 삼성전자 대비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3조달러를 넘긴 엔비디아의 핵심 공급사로 부각하며 미국 금리 우려가 확대된 지난 5월에도 8.61% 오르며 코스피의 약세 속에서도 상승세를 탔다. 게다가 삼성전자가 엔비디아의 HBM 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는 로이터통신의 보도에 두 종목의 온도차는 더욱 커졌다.

하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대만에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삼성전자의 HBM이 여전히 테스트 중이라며 ‘인증 실패’를 부인하자 분위기는 전환했다. 황 CEO는 이 자리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곳은 모두 HBM을 우리에게 제공할 것”이라며 “우리도 그들이(삼성전자, 마이크론) 최대한 빨리 테스트를 통과해 우리의 AI 반도체 공정에 쓰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이 같은 입장이 삼성전자보다 훨씬 크게 상승하던 SK하이닉스가 이달 들어 주춤하고 삼성전자가 8만원선에 가까워지는 이유로 손꼽힌다.

◇“변동성 줄이기 위해 삼성전자우+하이닉스 조합도”

시장에서는 반도체 업황의 개선세와 별개로 두 종목의 주가 흐름이 달라진 것을 두고 HBM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과거만 해도 두 종목이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현재는 엔비디아를 둘러싼 HBM에 대한 기대감이 주식시장을 좌우하며 주가에서도 비동조화(디커플링)가 심화하고 있다”며 “엔비디아 독주 체제에서는 두 기업의 라이벌화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한미반도체의 주가 흐름 역시 HBM에 대한 기대감에 좌우되고 있다. 한미반도체는 이제까지 SK하이닉스에 열압착(TC) 본더를 독점적으로 공급하며 엔비디아의 수혜주로 주목을 받았다. ‘한미반도체(TC 본더)→SK하이닉스(HBM)→엔비디아(GPU)’ 순으로 이어지는 독점 밸류체인이 주가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SK하이닉스가 한화정밀기계로부터 TC본더를 납품받기로 하며 지난 3일 9%대 급락세를 탔다. 다만 한미반도체의 기술력이 우수한데다, 한미반도체 역시 SK하이닉스가 아닌 삼성전자에 TC본더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란 증권가의 관측까지 가세하며 주가는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반도체 업종 내 종목들의 주가가 천차만별로 다른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증권가는 변동성을 줄이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눈높이와 변동성에 대한 우려를 감안하면 일부 분산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삼성전자 우선주와 SK하이닉스의 조합으로 변동성을 대비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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