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 수급자 가운데 11만명이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에 따라 연금액을 깎였다. 국민연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혜영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은퇴 후 소득 활동을 이유로 연금액이 깎인 수급자가 11만 799명에 달했다. 이들은 전체 노령연금 수급자(544만 7086명)의 2%에 해당하며 깎인 연금 총액은 2167억원이나 된다.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은퇴 후에도 재취업을 해서 일정 수준 이상의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액을 깎는 제도다. 국민연금법(63조의2)은 노령연금 수급자가 소득(임대·사업·근로) 활동에 종사해 기준선 이상의 소득이 있을 경우 연금 수령 연도부터 최장 5년간 소득의 크기에 따라 최대 50%까지 연금액을 삭감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금액을 깎는 기준선은 국민연금 가입자의 3년간 평균소득월액으로 지난해에는 286만 1091원이었다.
이 제도는 한 사람에게 과잉 소득이 가는 것을 막고 연금의 재정 안정을 도모한다는 취지로 1988년 국민연금 시행 때부터 도입됐다. 당시에는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이 66세에 불과했고 자녀의 부모 봉양이 당연하게 여겨지던 시절이어서 노후에 소득 활동에 종사해야 할 필요성이 크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한국 남자의 평균수명은 85.6세(2022년 생명표)로 20년 가까이 길어졌으며 자녀의 부모 봉양 문화는 거의 사라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자가 950만명에 달하고 이들은 대부분 20~25년의 긴 노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
따라서 ‘재직자 노령연금 감액 제도’는 더 이상 현실에 부합하지 않는다. 노후에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생업 전선에 나서야 하는 것이 한국 노인들의 현주소다. 더욱이 저출산으로 부족한 노동력을 메꾸려면 고령자 재취업을 권장해야 할 상황인데도 재취업했다는 이유로 연금 불이익을 주는 것은 거꾸로 가는 정책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통해 국민연금 감액 제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으나 감감무소식이다. 폐지할 경우 재정 부담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시대에 맞지 않는 불합리한 제도는 서둘러 고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