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이날 오후 정 전 원장을 차기 거래소 이사장으로 추대하는 안건을 승인하고 임시 주주총회에 올리기로 결정했다. 정 전 원장은 다음달 열릴 임시 주총에서 이사장으로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서 주요 요직을 거친 정 전 원장은 지난 2020년 거래소 이사장 선임에서도 손병두 이사장과 함께 유력 후보로 꼽힌 인물이다.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업계 전반 인맥이 탄탄하다. 정 전 원장은 박근혜 정부 때 금융위 부위원장과 증권선물위원장을 역임하고 문재인 정부에서는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대사와 금감원장을 지낸 바 있다.
정 전 원장 앞에는 쉽지 않은 과제 투성이다. 올들어 코스피는 6.99% 하락하며 저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테마를 바탕으로 반도체는 상승세를 타고 있지만 국내 시가총액 상위종목은 또다시 꽁꽁 묶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고질병을 드러내고 있다.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이러니 미국 증시에 투자하지’라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다.
또 거래소가 ‘한국판 나스닥’을 표방하고 있는 코스닥 시장도 경쟁력을 제고해야 한다. 지난해부터 코스닥 시가총액 톱 10 기업 중 상당수가 코스피로 이전상장을 추진하면서 코스닥은 ‘2부리그’로 다시 주저앉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동시에 코스닥 시장만의 매력을 모색해 투자기반을 확대해야할 시점이다.
공매도 개선도 차기 이사장의 임무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부터 정부는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전면 금지하고 불법 공매도를 없애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거래소는 현재 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하기 위한 전산시스템 구축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해 관련 내용을 살펴보고 있는데 전산화 완료까지 업계는 물론, 시장과 논의가 필요하다.
손병두 이사장의 공 중 하나로 꼽히는 거래소 내 소통도 이어가야 할 전망이다. 손 이사장은 종이를 없애고 거래소 내 소통시스템인 ‘온통’을 개설해 수평적 문화에 기여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정 전 원장은 앞으로 자본시장의 수장이기도 하지만 한국거래소라는 한 조직의 대표이기도 한 만큼, 수평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다만 자본시장 전반은 정 전 원장이 이같은 과제를 해결해 나갈 자질이 충분하다고 입을 모은다. 원칙주의자인 동시에, 업계와의 소통을 늘 강조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실제 정 전 원장은 금감원장 취임과 동시에 금감원의 감독·검사 체계를 개편하는 등 시장친화적인 행보를 보인 바 있다.
한 증권사 임원은 “금감원장 시절에도 업계와 소통하려는 의지를 보인 만큼, 거래소에서도 시장이나 개인투자자들과의 소통을 이어가며 교점을 찾길 기대한다”면서 “새 이사장의 선임으로 개인투자자나 당국이 증권사나 금융기관을 악(惡)으로 간주하는 분위기가 완화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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