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롭테크(부동산 기술)스타트업의 손발을 묶는 이른바 ‘직방금지법’ 입법이 총선을 앞두고 급물살을 타고 있다. 지난해 10월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공인중개사법 개정안이 문제의 법안이다. 이 법안은 발의 후 1년 2개월 잠자고 있다가 지난 4일 심사 대상에 전격 포함돼 오는 21일 국회 국토교통위 법안심사소위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여당측 관계자는 “민주당이 심사를 늦출 수 없다면서 안건 포함을 요청했다”며 “총선 전 처리 계획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법안은 타 전문자격사 제도와의 형평성 고려 및 공인중개사의 품위 향상 등을 위해 중개사협회를 법정단체로 개정해 의무가입을 명시하고자 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중개사들의 권한 범위 등 주요 내용과 스타트업 피해 등 문제가 많아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중개사협회에 시장교란 행위 단속권과 과태료·영업 정지 등의 행정처분 요구권을 쥐여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시장교란 행위 단속의 경우 ‘직방’ ‘다방’ 등의 프롭테크 기업에 대해 거래 질서를 어지럽힌다며 제재할 수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협회가 자체 윤리 규정 등을 통해 플랫폼 업체와 손잡은 회원들에게 불이익을 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택시업계의 반발과 이에 편승한 정치가 강제로 멈춰세운 ‘타다’ 처럼 프롭테크도 혁신의 싹을 위협받게 된 것이다.
이번 법안은 국토교통부도 단속 업무의 협회 위탁 등에 대해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상태라 총선이 임박했다는 점에서 의도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기준, 52만 1421명의 공인중개사들을 의식한 야당의 표몰이라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IT플랫폼 스타트업과 기존 사업자들의 갈등이 의료·세무 등 곳곳에서 불거진 상황에서 정치권이 혁신을 가로막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법무부가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 가입 변호사들에 대한 변협의 징계를 지난 9월 취소했고, 타다는 6월 대법원의 무죄 판결을 받았다. 신사업 모델로 국민 전체의 편익을 증진하는 스타트업을 낡은 관념과 구시대적 규제로는 더이상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증거다. 스타트업에 양분과 물을 주지는 못할망정 싹을 자르려는 편협한 사고와 정치 셈법은 사라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