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베트남전 배상판결과 일본 강제징용 판결을 어떻게 볼 것인가?

박정수 기자I 2023.03.08 06:00:00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조용주 법무법인 안다 대표변호사] 베트남 꽝남성 퐁니 마을에서 1968년 2월 한국군 청룡부대 소속 군인들이 비무장 상태의 민간인 74명을 학살하였다고 하면서 당시 8살이었던 응우옌 티탄씨가 2020년 4월에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2023년 2월 7일 법원이 이러한 손해배상청구를 인용하는 판결을 했다. 아직 확정전이지만 베트남 전쟁 피해자로서 한국에서 소송을 제기한 사람이 처음으로 승소판결을 받은 것이다. 이 판결은 국제관계에서 한국이 외국의 전쟁에 참가한 후에 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이라서 주목을 받았다.

법원은 한국정부가 주장한 이 사건 청구가 ‘한·월 군사실무 약정’에 따라 소송 자체가 부적법하다거나 불법행위 시점으로부터 오랜 기간이 지나서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원고가 채권을 행사할 수 없는 사유가 충분히 있다고 보고서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응우옌 티탄이 신청한 증인들의 진술을 통해 한국 군대가 베트남인들을 살해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하면서 응우옌 티탄의 위자료를 3천만원으로 인정하였다. 우리는 베트남전 배상판결이 인정된 것을 보면서 우리나라 국민이 일본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한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떠올리게 된다.

2005년 8월 26일 정부 민관공동위원회에서 한국정부는 국가권력기관이 관련한 반인도적 불법행위와 관련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일본과의 청구권 협정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일본의 1965년 청구권 협정으로 인한 강제징용이나 정신대 등의 개인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할 수 없는 주장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러한 근거로 2018년 대법원 판결에서 강제동원 피해자의 일본 기업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였다. 이러한 문제는 한일간의 외교문제로까지 비화되면서 우리나라에서는 반일운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베트남전은 박정희 정권 당시 미국과의 관계유지 및 주한미군 철수에 대한 우려 때문에 한국이 전쟁의 당사자가 아니면서도 외교적 경제적 이익을 위하여 참가한 전쟁이다. 이로 인하여 미국이 한국에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여 한국의 경제발전에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한국이 전쟁 당사자가 아니라고 하여 베트남전에 참가하여 민간인을 전쟁 중 학살한 책임은 면책되지 않는다. 일본이나 일본 기업이 태평양전쟁에 식민지인 조선인을 강제적으로 동원한 것에 대한 책임이 면책되지 않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그러나 소송절차로서 개인이 손해배상청구권을 근거로 다른 나라의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리고 국제협약이나 법률적 제약들로 인하여 다른 나라 정부에 의하여 피해를 입은 개인들은 소송을 제기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개인들에게 떠넘기고 국가는 수수방관하는 것은 옳지 않다. 한국과 일본이 아직도 강제징용 배상판결의 합리적 해결을 찾지 못하고 있는데, 한국이 베트남과 사이에 민간인 학살 문제에 대하여 남의 일로 보고 손 놓고 있는 것이 바람직한 지 묻고 싶다. 외교관계는 다양한 상황들을 고려해야 하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우리가 일본에 대하여 요구하는 것과 같이 베트남 국민에 대하여도 우리 군인에 의한 반문명적인 행위가 있을 경우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확인하고 보상하는 태도를 보여야 하는 것이 아닐까. 그럴 수 없다면 베트남 정부와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에 대하여 합리적인 보상을 하는 방식으로 정부 사이에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세로서 우리가 가해자였던 베트남과는 미래지향적인 외교를 하고, 우리의 가해자였던 일본에 대하여는 배상판결에 대한 진지한 이행을 요구한다면 우리는 더 정의로운 국가가 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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